2012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막극제를 보고
최고 관리자 / 2012-04-26 / 조회수 6175
2012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막극제를 보고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박정기)
공연명: 신춘문예 단막극제
공연단체: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작: 신춘문예당선작가
연출: 연극연출가협회회원
공연기간: 3월29일~4월1일
관람일시: 3월29일 18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신춘문예 단막극제에 공연된 아홉 개 작품을 관람했다.
1. 조선일보 당선작인 정상미 작 전세권 연출의 <그들의 약속>은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녀 2인이 동반자살을 하기위해 지정된 숙박업소의 한 방에서 처음으로 대면하고,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함께 음주를 하면서 자신들의 신상을 털어 놓는다. 남성은 은행융자금으로 각가지 명목의 다이어트 껌을 개발해 냈으나, 판매부진과 채무초과로 부인과는 이혼하고, 자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털어놓는다. 여인은 “상실의 시대”를 쓴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아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가족과도 결별하고 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은 음주와 대화를 통해 의기가 투합하게 되고, 다이어트 껌의 선전광고시범을 보이는 등 점차 가까워진다. 남자의 설명에 감화된 여인은 자살을 그만두고 다이어트 껌 판매에 전력을 쏟기로 마음을 바꾼다. 물론 사업에 실패하면 그때 다시 자살을 감행하기로 하고.
대단원에서 여인은 희망을 품고 떠나가고, 남성은 홀로 남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본다. 그러나 자신은 소생할 가망이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남성은 독약을 입에 털어 넣는 것으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무대는 숙박업소의 작은 공간을 비추는 조명과 여닫이 문 하나, 그리고 약병, 포장용기, 그리고 껌 제품 등의 잡동사니들이 문 옆으로 쌓여있을 뿐 간단한 장치로 구성되었다.
한기중과 장연익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남녀로 출연해 더할 나위 없는 호연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고, 전문CF광고에 출연한 모델 못지 않은 연기로 객석의 시선을 두 사람에게 집중시켰다.
김수희의 미술, 채희준의 음악, 김주현의 조연출, 남궁혜윤의 무대감독 등 스텝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하나가 되어 정상미 작 노련한 연출가이자 극단 신협 전세권 대표 연출의 <그들의 약속>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었다.
2. 한국희곡작가협회 당선작인 윤미현 작 장경섭 연출의 <우리 면회 좀 할까요?>는 한적한 펜션에 머무르려 들어온 사람들과 펜션 여주인, 그리고 그 가족이 벌이는 이야기다. 미성년의 여고생과 원조교제를 하는 중년남성이 한 쌍이 되고, 임신을 한 부인과 그녀의 남편이 한 쌍이 되어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숙박을 한다. 펜션 주인 가족에게는 노모와 노부가 있어, 노부부가 각자 구부정한 모습으로 걷고, 늘 상 고개를 흔들며 펜션주위를 배회하는 모습에서 노부부는 구십대의 고령으로 느껴진다. 펜션 여주인은 펜션 입구 쪽 공간에 앉아 이웃 남성들과 화투놀이나 하며 일상을 보낸다. 놀라운 것은 중년남성이 원조교제 상대로 여고생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여고생이 성적욕구의 대상으로 중년남성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곧바로 옆방에 전달되고, 옆방 부부는 두 사람에게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옆방의 부부는 임신한 부인에게 계속 성행위를 하려 덤벼드는 남편과 이를 저지하는 부인의 모습이 안쓰럽게 보여지기도 한다. 노부부는 제각기 펜션 손님에게 어쩌다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냥 펜션 주위를 배회하는 동작을 계속한다.
옆방부부의 승강이가 계속되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낳아 기를 여건이 안 되는데도 성적욕망 처리대상으로 부인에게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남편과 남편을 떠밀어내는 아내, 이와는 반대로, 옆방에 중년남성은 딸 같은 여고생에게 마음이 내키지를 않아, 손을 내밀지 않고 계속 자신의 철학을 털어놓기만 한다. 내용인즉 감옥이야말로 평생 안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그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입혀주고 삼시 세끼를 먹여주고, 일거리를 제공하고, 감시까지 철저히 해준다며,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그야말로 상팔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감옥에 들어가는 방법은 도둑질을 하든지, 그밖에 범죄를 저지르면 된다고 떠들어댄다. 옆방 남편은 이 소리에 솔깃해 평생 안주할 길을 드디어 찾았노라고, 부인을 목 졸라 죽인다. 중년남성도 남성노인을 살해하고, 노부인도 살해한다. 그리고 여고생까지 살해한다. 펜션 여주인은 죽은 시체에 이불을 덮어주고, 시부모의 죽음에 일말의 슬픈 심정이나 표정도 보이지를 않고, 오히려 짐을 덜은 듯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청소를 할 뿐이다. 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치고 중년남성과 부인을 살해한 남편은 흥겨운 마음으로 경찰에게 끌려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이 연극에서 파리 잡듯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명경시풍조와 도덕심이나 종교적 신앙심과는 별개로,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성적욕망처리에 매달리거나 탐닉하는 세태를 보면서, 문득 펜션을 비롯해 도처에 무수히 자리 잡은 러브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의 모습이 떠오르고, 젊은 신춘문예작가의 작가의 작품 내용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자괴감과 함께 슬픔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함을 느끼게 되는 그러한 연극이었다.
서진원, 김유정, 신혜정, 노시홍, 류지연, 이준혁, 김민조, 밈충석, 이신일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이 돋보였고, 서정완의 조연출과 이인연의 조명, 허선영의 음향, 김성철의 무대감독, 백하림의 조명오퍼 등이 어우러져 윤미현 작 장경섭 연출의 <우리 면회 좀 할까요?>를 문제작이자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아시아일보 당선작인 김현정 작 오경환 연출의 <소풍>은 똑같은 생활의 반복으로 생각과 행동이 응고된 노파와 그 영향아래에서 한 발자국도 헤어나지를 못하는 손녀의 이야기다.
무대는 사각의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 뜨개질을 위한 커다란 실타래와 잡동사니가 자리를 잡고, 기다란 나무 봉 양쪽을 천정에서 내려진 끈으로 묶어 고정시키고, 그 막대에 널어놓은 털실로 짠 굵은 망사가 마치 배경 막처럼 방 뒤쪽에 늘어져 있다. 방 오른쪽 귀퉁이에는 장난감 목마도 한 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노파가 방 귀퉁이를 돌며 털실타래를 풀기 시작한다. 노파의 속도가 차츰 빨라지고, 노파는 뛰면서 방 돌기를 시작하고 털실타래를 푸는 속도도 증가한다. 방 가운데는 딸인지 며느리인지 모를 출중한 미모의 여인이 화장도 않고, 옷도 제대로 차려입지 않은 수더분한 모습으로 노파의 행동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앉아있다. 한동안 달리기를 계속하던 노파는 제풀에 힘에 겨워 주저앉고, 미녀와의 대화에서 미녀는 노파의 손녀임이 객석에 전해진다. 노파는 치매기운이 있는 듯하고, 대화도중 말씨나 표정이 광적으로 변해 발광을 하듯 음성이 격렬해 지는가 하면, 표정이나 동작 역시 광기와 함께 급작스레 변하는 것을 보며, 그 기괴하고 끔찍스러운 모습이 행여 꿈에라도 등장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와는 반대로 손녀의 행동거지는 얌전하고, 차분하고, 단정한 것이 국어사전에 있는 좋은 말을 다 가져다 붙여도 모자랄 지경이라, 노파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니, 극적으로는 여간 훌륭한 대비가 되는 게 아니다. 노파와 손녀는 죽은 어미의 이야기를 하고, 어미의 아름다운 모습이 설명되고 어미의 죽은 사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딸의 죽음으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노파가 광기를 부리게 된 것에 대한 공감대가 살포시 객석에 형성된다. 노파는 목마를 타기도 하고, 목마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기도 하면서 어떤 때는 어린 시절의 손녀를 연상시키는 동작과 대사를 연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파의 발군의 연기력과 이에 대비되는 손녀의 다정한 말씨와 온건한 동작, 게다가 음성까지도 노래 소리 못지않은 맑고 아름다운 음성은 노파의 소리와 화음을 이루어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고, 바로 자신들의 노모와 딸의 일인양 공감대가 형성된 탁월한 공연이 되었다.
노파로 김현이 등장해 출중한 연기력을 펼쳤고, 손녀로 정연심이 등장해 그녀의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케 했다.
김교은의 무대, 천대식의 음악, 박현주의 의상, 박찬국의 조연출이 비범한 연출가 오경환의 연출력과 하나가 되어 김현정 작 <소풍>을 예술성이 높은 탁월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 경상일보 당선작인 이여진 작 박정석 연출의 <소녀-프랑켄슈타인>은 향후 다가올 로봇시대의 이야기다.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로봇이 등장해 그것을 제작한 인간과의 갈등과 제작자의 손으로 파괴되기까지가 극의 줄거리다.
무대는 이동조명작업대를 무대 후면에 세우고, 천정에서 여러 개의 철사 줄을 늘어뜨려 그 줄 안쪽의 공간을 연구실로 설정하고, 무대 전면과 오른쪽 측면에 긴 변 삼각형의 테이블을 배치하고 주위에 의자를 늘어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컴퓨터기기와 전화를 올려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소녀모양의 정지된 로봇을 여성과학자가 작동시키는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소녀 로봇은 어여쁘고 눈이 깜빡일 뿐 아니라, 음성 또한 예쁜데다가 동작이 자연스럽고 절도가 있어, 실제 인간과 대동소이하다. 로봇을 만들어 낸 여성과학자가 로봇에 열중하고 애착과 집착해 가는 과정이 극에 전개되고, 관객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연구팀장격인 남성 또한 지성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다소 권위적인 것이 옥의 티라면 티다.
모든 기계에 간혹 하자와 흠결이 발견되듯이 로봇 역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기고, 당국에서는 로봇의 폐지를 지시한다. 하지만 힘과 공을 들여 로봇을 제작한 장본인으로서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됨을 어쩌랴?
이 연극에서도 로봇을 제작한 여성과학자는 차마 자신의 로봇을 해체시키지 못하고, 연구실에 숨겨 수리작업을 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는 않고 시간만 흘러간다. 대단원에서 감춰둔 로봇이 팀장에게 발견되고, 여성과학자는 해머로 로봇을 깨드려 부수는 동작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여성과학자로 송현서, 로봇으로 류혜린, 팀장으로 김용준이 등장해 호연을 보였고, 류혜린의 로봇 역이 생생하게 기억 속에 자리를 잡는다.
조연출의 이훈희, 무대 김교은, 의상 박근여, 음악 윤민철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들어나, 이여진 작 박정석 연출의 <소녀-프랑켄슈타인>을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5. 동아일보 당선작인 신비원 작 권재우 연출의 <자전소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 공백으로 남기는 한 여류작가와 그 여인의 일대기를 쓰는 청년과 공백 속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그리고 잡지에 늘 접할 수 있는 부녀지간의 성폭력, 그 상대여성이 성장해 작가생활을 하면서, 베스트셀러 중견작가가 되었어도 항상 아버지와 관련된 부분은 비워놓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청년작가가 그녀의 일대기를 집필하면서 밝혀지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무대장치 없이 조명의 변화와 이동만으로 연극을 이끌어 나갔고, 중견여류작가 역의 지미리의 열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도입과 대단원에 출연해 낮은 음정으로 노래하는 조소영이 인상적이고, 청년작가 역의 정동근, 사내 역의 김우권이 출연해 호연을 펼쳤다. 연출가 권재우와 조연출의 이향희의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신비원 작 권재우 연출 <자전소설>의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6. 한국일보 당선작 허진원 작 장우재 연출의 <덫>은 이름난 디지털 카메라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서 벌어지는 고객과 판매원간의 인내력 싸움이다.
퇴근시간과 일치한 시각에 한 고객이 제품을 들고 들이닥친다. 구입한 제품의 겉포장과 내용물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색의 디지털 카메라로 바꿔가려는 고객과 여자 판매원 그리고 지점장이 벌이는 이야기다. 퇴근시간에 정확히 맞춰, 의도적으로 등장한 고객의 교환요구와 행동거지나 언어 등이 예절바르고 상냥하기가 비단결 같지만, 퇴근시간 이후에까지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여직원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지점장의 빨리 퇴근하라는 다그침은 여직원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향후 고객의 제품과 관련된 질문과 요구가 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판매원칙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항이기에, 여직원과 지점장은 고객의 요구대로 대응하지만, 꼬투리에 꼬투리를 무는 식의 고객의 깐죽거림이 계속되자, 인내심이 극에 달한 여직원과 지점장은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 결과 고객과의 승강이 끝에 제품이 파손되고, 시비를 가리려 경찰까지 동원되지만,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이성적이고 차분한 태도와 미소 짓는 얼굴은 경찰관까지 아연실색할 정도라, 경찰관은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결국 업무방해죄로 고객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려 한다. 그러자 고객은 신분을 밝힌다. 본사에서 나온 명패를 목에 걸고.
고객으로 허정도가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그의 기량을 들어냈고, 여직원역의 김정민의 열연이 돋보였다. 지점장 역의 신안진과 경찰 역의 신준철도 호연을 펼쳤다.
이용태의 드라마트루기, 김진홍의 무대지자인, 김보매의 음악, 최하림의 작곡, 김인희의 의상, 성종택의 무대감독, 이은정의 음향오퍼, 장하늬의 조연출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어우러져 허진원 작 장우재 연출의 <덫>을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7. 서울신문 당선작 하운 작 김국희 연출의 <모기>는 전세 입주자와 집주인과의 들끓는 모기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소재다. 이 극의 배경처럼, 낙후한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심지어는 주택공사에서 건립한 5층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모기의 창궐로 주민의 생활이 곤란지경에 빠지고, 그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현재 대부분 재개발이 되어, 초고층 아파트로 변모했지만, 과거 입주자들의 들끓는 모기에 대한 기억은 지울 수가 없다.
이 극에서도 신접살림의 전세 입주자와 집주인이 모기의 박멸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모기방역업체의 직원 2인이 등장해 기묘한 장비로 모기를 퇴치시킨다. 집주인은 청정 환경을 이유로 집세를 올리고, 올린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시에는 집을 비우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입주자 부부는 경제력이 없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은 연이어 낙방을 하고, 직장에서 해고된 아내는 아기아빠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 이외에는 어디 하소연 할 데라고는 없는 형편이다. 집주인의 닦달이 계속되고,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입주자 내외는 연탄을 피워놓고 아기와 함께 자살을 한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남편 역으로 류성현이 출연해 우리나라의 대다수 힘없는 남편 역을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표현해, 필자 역시 자신을 거울에 들여다보는 듯싶은 느낌으로 류성현의 호연을 보았으며, 갓난아기의 어머니로 차승민이 출연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온가족을 이끌어가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그녀의 미모처럼 아름답게 연기해 냈다. 모기방역업체의 직원으로 출연한 길래역과 김연주의 연기가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고, 집주인 역의 박무영의 연기 또한 갈채를 받았다. 안마사 역의 구미선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연출가 이정하 교수의 매니저 역은 단역이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동작, 그리고 대사는 무대전체를 포용하고, 빛을 발하는 중량감 있는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나타냈다.
정진영과 서청란의 조연출, 서지영의 드라마터그, 노승희의 연기지도, 박미란의 무대, 김정향의 의상, 정우혁의 음향, 예창환의 사진 등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공연의 수준을 상승시켜 하우 작 김국희 연출의 <모기>를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8. 전남일보 당선작 한연지 작 김완수 연출의 <Catch My Life(잡아라 내 인생)>은 아기의 출산을 놓고, 가난한 가장과 아우가 병원비를 마련하기위해 한 여인을 납치해 놓고 벌이는 희극이다. 출산 비조차 없는 가정과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은 아우와 대책 없는 납치 극을 벌인다. 하지만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 납치범 노릇인들 어찌 제대로 하랴? 가까스로 데려다 놓은 납치여인에게 제대로 윽박 한번 지르지 못하고 음식과 술까지 나눠 마시며 신세타령을 벌이다가, 급기야 부인의 출산소식을 듣고 안절부절 하는 형제의 모습에 납치여성이 출산비용을 빌려주며 함께 병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눈물 반, 웃음 반의 갈채를 보낸 감동의 코미디다.
전 국립극단원 김종구가 무능한 남편으로, 최희열이 그 아우로 출연해 호연을 펼쳤다. 오윤홍이 납치되는 여인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임산부로 최윤정이, 연락원으로 이건희가 출연해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조연출 김준현, 섭외 이상우, 진행 서지윤과 박옥환, 분장 장영주, 음향 박신영, 윤종서의 더빙, 김광호의 조명 등 모두의 열정이 한연지 작 김완수 연출의 <Catch My Life>를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9. 부산일보 당선작인 정소정 작 심재찬 연출의 <모래섬>은 모래판에서 일을 하는 한 노동자의 가족이 새 아파트 단지에 입주를 하게 되고, 고귀한 신분이 대부분인 그 단지의 입주자들은 회의를 열어 그 노동자 가족의 입주를 반대한다는 내용인데, 현재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정부사업이나 방위사업은 물론, 환경관련 사업까지 입주자들의 결사반대나 전문 시위 꾼까지 가세한 시위를 종종 접하고 목격하는 형편이기에, 그러한 상황과 비교가 되는 연극이라, 객석의 관심이 집중된 연극이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아파트의 경비는, 회장의 선물이라며 신형 진공청소기를 남편이 귀가하기 직전에 새 입주자 부인에게 가져다주고, 집안에 여기저기 보이는 모래를 청소기로 빨아들이라며, 주민들의 거부의사를 무마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새 입주자 부인에게서 금품을 받아간다. 경비는 남편이 귀가하자 또 나타나 남편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면서, 모래를 업으로 하는 노동자임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또 금품을 받아간다.
귀가한 남편은 저녁밥을 먹던 중 국그릇에 가득 찬 모래로 인해 식사를 중단하고,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간다. 또 경비가 찾아오고, 계속 금품을 수수한 경비는 흡족해 하며 물러간다.
시간이 흘러가고 남편이 나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오지를 않으니, 부인은 남편을 부르며 욕실 문을 연다. 그리고 경악한다. 욕실 안에는 사람만큼의 모래가 쌓였을 뿐 남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태린과 강현우가 신접살림을 차린 부부로 등장해 호연을 보였고, 경비로 출연한 박경근이 유들유들한 연기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최기봉의 무대, 백인성의 음악, 강은정의 조연출 등 스텝진의 노력이 돋보였고, 독특한 소재와 기상천외의 발상을 극에서 보인, 기대되는 작가 정소정과 비범한 연출가 심재찬의 기량이 어우러져 <모래섬>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냈다.
이상 한국연극연출가협회에서 마련한 신춘문예 단막극제는 아홉 편 모두가 현실과 세태를 반영하거나 미래제시를 해보인 수작공연이었다. 이 공연으로 우리 젊은 세대의 생각과 창의력을 감지할 수 있었고, 향후 그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한국연극의 발전과 수준향상여부가 달려있기에 필자는 관극에 열중했다. 물론 작품마다 약점이나 하자, 그리고 미숙함이 어찌 없을 수 있으랴 만은 우선 신춘문예출신 작가들의 첫걸음을 환영하고, 그들 모두의 발전적 장래를 기대하며,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여 공연에 참여한 연기자와 연출가, 그리고 스텝 모두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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