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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극단 초인의 페르난도 아라발 원작, 박정의 각색/연출의 <게르니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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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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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극단 초인의 페르난도 아라발 원작, 박정의 각색/연출의 <게르니까>를 보고 공연명 게르니까 공연단체 극단 초인 작 페르난도 아라발 각색/연출 박정의 공연기간 12월1일~3일 12월11일~16일 공연장소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강남 성암아트홀 관람일시 12월3일 15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극단 초인의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Teran Arrabal) 원작, 박정희 각색/연출의 <게르니까>를 관람했다.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1932~ )은 에스파냐 태생 프랑스의 극작가, 소설가, 영화제작자다.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955년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갔다가 그곳에 정착했다. 1959년에 첫 작품인 전쟁의 공포와 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을 대비시킨 풍자희극 <전쟁터에서의 소풍(Pique-nique en campagne)>이 공연되면서 프랑스 전위주의 작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초기 희곡 중 예수의 전기를 희극적으로 묘사한 <자동차 묘지(Le Cimìetière des voitures)>(1958)에서는 등장인물이 외양은 어린이처럼 보이지만, 순진무구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 성매매를 하거나, 살인자 또는 고문을 자행하는 자들이다. 1960년대 중반에는 ‘공포극(Théâtre Panique)’이라고 부르는 형식의 극작을 했다. <건축가와 아시리아의 황제(L'Architecte et l'empereur d'Assyrie)>(1967)에서는 2인의 등장인물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 해 보는 연극이고, <그리고 그들은 꽃에 수갑을 채웠다(Et ils passèrent des menottes aux fleurs)>(1969)에서는 정치적인 색깔로 점철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67년 에스파냐 여행 중에 자신이 강제투옥 당했던 일을 내용으로 쓴 희곡으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바빌론의 바알 신(Baal Babylone)>(1959)은 파시즘 치하의 에스파냐에서 보낸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고, 1970년 그는 이 소설을 <죽음이여 만세!(Viva la Muerte!)>라는 시나리오로 바꿔 영화로 제작했다. 페르난도 아라발은 희곡집 12권과 소설, 시나리오, 시, 그리고 독재자 카스트로에게 부친 비난편지로 유명하다. <게르니까>는 동명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 유명하다. <게르니까>는 20세기 회화 최대걸작으로 1937년 에스파냐(영어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정권을 지원하던 나치 독일의 비행기가,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에스파냐의 북부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까>를 공습해 2000명의 사상자를 내고 마을이 파괴되자,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피키소가, 같은 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장 에스파냐관의 벽면에, 공습의 참화로 살상된 민간인과 가축 그리고 붕괴된 건물을 가로 776cm 세로349cm의 화폭에, 민중의 분노와 절규, 상처 입은 말, 피카소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에스파냐 특유의 투우 그리고 아기와 함께 절규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하학적 도형과 배치로 흑과 백 그리고 황토색만으로 1개월 반 만에 그려내어 에스파냐 관에 전시하자, <게르니카>는 당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작품이 되었다. 희곡 <게르니까> 역시 역사적인 배경은 같다. 나치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에 덮인 채 변기에 앉아있는 부인과, 안타깝지만 부인을 구출해 낼 수 없는 남편의 상황을 그렸다. 폭격이 계속되고 건물잔해가 더 높이 쌓이지만,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는 여하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세울 수도 없는 절대 절명의 위기와, <게르니까> 거주민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던 나치의 폭격의 잔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페르난도 아라발은 비극적이 아니라 희극적으로 그려냈다. 무대는 배경막 가까이에 고층 공사장 주변마다 철제 빔과 천으로 낙석 차단막을 설치하듯, 다섯 개의 칸으로 나눈 공간을 만들고, 각 칸마다 중간에 발판이 있어 아랫단과 위단으로 구분되고, 아래위로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배경막에는 <게르니까> 폭격영상이 투사되기도 하고, 에스파냐 내전과 시위로 보이는 영상이 투사되기도 한다. 부부의 이야기지만 초인의 <게르니까>에서는 다섯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각자 독립된 연기를 펼치기도 하고, 합동으로 대사와 노래 무용 등을 객석에 보이기도 한다. 함께 비와 눈을 맞고, 함께 피를 흘리며, 공동체로서의 운명과 감정을 무대위에 구현한다. 다섯 명의 남성이 모자의 빗물을 털어내는 동작이나, 다섯 아낙네들이 피를 뿜어내는 장면, 그리고 다섯 개의 비좁은 칸막이 공간에서 다섯 명의 아낙네가 마임으로 표현하는 동작은, 극단 초인의 이전공연 <특급호텔>에서의 위안부 여인의 칸막이 방을 연상시키는 명장면이 되었다. 특히 연극에 도입에 배경 막에 투사되는 폭격장면과 마치 커다란 액자 속에 들어있는 한 장의 사진으로 보이는 다섯 명의 아낙네의 정지된 모습과, 폭격이 점차 강해지면서 폭격을 살피는 여인들의 움직임은 명화중의 명화로 느껴지는 명장면이었다. 대단원에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건물 속에서 죽음을 맞는 부인의 처절한 모습은, 마치 예고 없이 불어 닥칠지도 모를 우리의 재앙과 비교가 되고, 70여 년 전의 에스파냐의 내전이 작금의 우리의 모습처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이상희, 이영호, 안꽃님, 최유진, 이은성, 염선화, 이기복, 김희성, 이성재, 정지애의 열연은 무대를 고도의 예술적 퍼포먼스(performance)의 장으로 승화시켰고, 전혜윤의 각색, 주성근의 조명, 임해열의 무대감독, 조선형의 음악작곡, 김정윤의 안무, 양동민의 촬영, 김종운의 기획, 박수현의 음향조종, 정이람의 조명작동 등 기술진의 기량이 한 차원 높은 무대로 창출시켜, 페르난도 아라발 원작, 박정의 각색/연출의 <게르니까>를 원작을 능가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강남 성암 아트홀에서 12월11일부터 16일까지 재공연하는 극단 초인의 <게르니까>의 관람을 적극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