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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일상적인 커플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사랑, 연극 <러브액츄얼리-첫 번째 사연>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6-07 조회수 8479

일상적인 커플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사랑
연극 <러브액츄얼리-첫 번째 사연>


 사랑, 달달하지만은 않아. 근데 자꾸 땡겨...!
  연애에 대한 남자의 오해와 편견을 다룬 영화 <러브픽션>과 현실의 커플들이 일상적으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 <연애의 온도>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얻으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제 첫눈에 반해 열병 같은 사랑을 나누고 길이길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랑, 365일 24시간 달달하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늘 새로운 사랑은 찾아오고,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 <러브액츄얼리-첫 번째 사연(이하 러브액츄얼리)>은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연극이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사이, '사랑'은 그대로인지
  <러브액츄얼리>는 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수진과 재운의 100일 째, 1000일 째, 그리고 10년 째 되었을 때. 수진과 재운은 서로 만난 햇수에 따라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를 보인다. 뽀뽀 한 번 하기가 그렇게 힘든 100일 때를 뒤로하고, 1000일을 맞은 날에는 인물 사이에서 편안함과 익숙함이 느껴진다. 특히 수진과 망구(재운의 절친)가 하이파이브로 인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지간히 사귀지 않고서야, 혹은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고서야, 남자친구의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는 좀 어렵지 않은가. 심지어 10년을 꼬박 채운 후에는 공원에서 짜장면을 배달해 먹는다. 소주까지 곁들여서. 100일 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러브액츄얼리-첫 번째 사연>이 남긴 것
  언젠가 연인 사이의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믿는다’는 게 뭘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다른 이성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마음 안 먹고 나만 봐 줄 거라는 믿음? 이런 믿음을 그냥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라는 단순 희망’이라고까지 치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라기보다 단편적인 이기심의 향이 강하게 풍기는 것은 확실하다.
  상대방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도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볼 줄 아는 것, 그리고 기다려줄 줄 아는 것,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확신이, 보다 ‘연인의 믿음’에 가까운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런 믿음을 만드는 데에는 함께 보낸 시간과 대화 외에 왕도가 없는 것 같다. 힌트나 시험 족보 같은 것은 없다. 수진과 재운이 채운 10년의 세월에는 이런 믿음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게 아닐까. 한 사람의 긴 인생 속에서 아주 작은 한 조각만을 목격한 사람은 결코 대번에 알 수 없는 ‘단단한 믿음’. 진심으로 수진과 재운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휴대폰을 꺼두면 안 되는 연극?
  이 연극의 특징 중에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휴대폰을 꺼두면 ‘안 된다’는 점. 공연 중에 진행되는 ‘문자메시지 이벤트’ 때문이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러브스토리, 관람 소감 등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채택이 되면, 결코 식상하지 않은 상품을 받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단, 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원래는 휴대폰 전원을 끄는 것이 기본적인 관극 에티켓이지만 본 공연 특성상 이러저러하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러브액츄얼리>는 비교적 가볍고 재미있는 주제의 연극으로, 관객 중에는 연극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꽤 있기 때문에, 관극 에티켓에의 언급과 같은 부분은 더욱 신경써주어야 하겠다.

장르 취향, 공연기간 걱정 없이 ‘추천’하자!
  무엇보다 이 연극의 미덕은 '추천하기 좋다'는 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름 '대학로 좀 가 본 애'로 알려진 필자는 연극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데, 그것이 참 난감하다. 좋은 공연을 봐도, 보통 공연기간이 짧아 추천해주어도 보기가 힘들고, 추천을 부탁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주로 '데이트'이기 때문에 장르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어두운 심리극을 봤다가는 그 날 데이트 분위기가 애매해지는 수가 있다.
  그런데 <러브액츄얼리>는 부담 없이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연극이고, 더욱이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제야 추천하기 좋은 연극을 만난 셈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그 즐거움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글_ 대학로티켓닷컴 대학생기자단 박영선
http://blog.naver.com/gogo_ys
gogo_y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