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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모순덩어리 세상과 닮아있는, 부조리극 <콜렉션>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4-09 조회수 9315



 개념예술 속 다시 돌아온 정통극, <콜렉션>
 새로운 형태, 새로운 방식의 공연들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극단 동 월요연기교실의 <무의식 제스처 연기 기술>은 공연 앞뒤에 관객들과 대화하는 워크숍을 넣어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대학로에서 롱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쉬어매드니스>는 관객들의 추리가 공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에서 호평을 받고 ‘2013 한팩 라이징스타’에서 곧 공연을 펼치는 정정아 안무가의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에서도 관객들이 직접 무대 위에 올라 움직여 보면서 무용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꾀한다. 이처럼 무대를 해체하고,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등 틀을 깨는 공연들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사랑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꾸준하게 정통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극단 숲의 <콜렉션>을 보고 왔다. 


▲ 무의식 제스처 연기 기술  ▲ 연극 쉬어매드니스  ▲ 당신은어떻게움직이고있습니까 - 한팩> 교육프로그램> 자신만만 관객클럽 中

 공연장 찾기는 관극의 기본, 에티켓은 우리가 먼저 
 공연장의 매표소와 로비는 관극을 하러 온 관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콜렉션>을 보기위해 찾은 대학로 스타시티 SM스테이지는 도착해 보니 3관으로 이루어져있었다. 하지만 건물 내에도 안내가 없을 뿐 아니라 포스터의 어디에서도 몇 관인지 정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연장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공연에서 무대 위에 오르는 작품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보러온 관객이 그 무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도착한 공연장에는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이 가득 있었다. 예술대학의 연극과 학생들이었는데, 공연 시작 직전까지 소란한 모습 일반관객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어 선후배간의 엄격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공연 전 휴대전화 끄기, 옆 사람 배려하기, 공연시간 20분 전엔 도착하기, 공연장 내에선 음식물 섭취 않기 등 공연장 에티켓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진정한 문화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연극인들조차 공연장 에티켓을 모르고 있는데 훗날 존중받는 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을까? 가장 가깝고 잘 아는 사람들부터 공연장 에티켓을 실천했으면 한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 - 관객에게 던지는 끝없는 질문

   <콜렉션>은 부조리연극의 대표적인 작가 해롤드 핀터의 작품이다. 극이 시작되고, 가만히 따라다가 보니 배우들의 대화 내용이며, 상황이 맞지 않는 퍼즐을 끼워 넣은 듯 이상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어딘가 과장되어 있다. ‘연극은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고 굳게 믿어왔는데 그 믿음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 넣은 것 같았다. 

   “그게, 필요하다고 느꼈지?” “그렇게 하는 게...?”

   현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어법이 사용되고, 이상한 방법으로 반복된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무언가에 홀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듣다보니 현실과는 다르게, 새롭게 뒤틀려진 대사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강렬해서 자꾸만 되새기게 된다. 같은 말을 번갈아 가며 반복 사용하는 배우들의 대사에 집중해서 뜻을 예민하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 의외성의 상황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결말에 다다르고 있었다. 과장된 연극 톤과 몸짓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욱 진실에 가까운 것  
 사건의 발단부터, 이야기의 전개까지 모두 현실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대화의 주고받음이 현실적으로 논리적이지 않지만 이해가 된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만 정확한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시트콤과 같은 경우도 아주 부풀려진 행동들과 현실에서 일어날 법도 하지만 ‘에이, 이건 말도 안 돼.’ 하는 우연한 장면들이 필연적으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은 그 이야기에 매료 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 속에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진실 혹은 게임” 연극 <콜렉션>의 주요 카피이다. 빌과 제임스의 진실을 찾아가는 게임인 줄 만 알았는데,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온통 의문투성이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빌과 스텔라가 부정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공방인 줄 만 알았는데 결말과 제임스의 행동을 통해 모든 이야기 전체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부조리극<콜렉션>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현실을 담은 연극은 어디에 있나? 사실 우리가 사는 이 현실 자체가 그리 진실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콜렉션>은 모순덩어리인 세상과 닮아 있다. 


▲ 공연을 보고 난 뒤 <콜렉션> 무대


글/사진_ 대학로티켓닷컴 대학생기자단 3기 이다영 dang2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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