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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당신의 제스처는, 당신이 한 것입니까?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3-27 조회수 9802


<무의식 제스처 연기 기술 공연&워크숍>
  
  여자들은 안다. 집에 있는 여동생 앞에서 나오는 행동과, 근사한 남자친구 앞에서 나오는 행동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여자의 내숭이나 이중성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포즈나 행동이 ‘이 자세, 이 각도로 물을 마시면 더 예뻐 보이겠지.’ 하고 일일이 계산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의 제스처, 어조, 자세가 ‘여자의 의지나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란 말인데,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극단 동’, 그리고 '월요연기연구실‘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연극 <무의식 제스처 연기 기술 공연&워크숍이하 무의식>이 여기 있다. <무의식>은 위와 같이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무의식적 제스처를 비롯해, 매우 개인적이고 경험적으로 나타나는 제스처의 근원까지 두루 고민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익숙했던 것, 혹은 전혀 인지하지 못해왔던 것에 대해 감각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극단 동’이다. 배우의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연기연구를 해나가는 ‘극단 동’은 2007년부터 시작된 ‘월요연기연구실’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결과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연극 <무의식>은 2차 연구인 ‘제스처 연기 연구(2011.1-2013.2)’의 결과 발표 중 하나인 셈이다. 1차 연구로는 ‘행동연기 연구(2007.1-2008.12)’가 있다.


 
사전/사후 워크숍으로 관객과 가까워지기
  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연극 전후로 충분한 시간의 워크숍이 있다는 점이다. 작품만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과, 공연 만드는 과정(생각 나누기)을 거의 다 오픈하고 관객들끼리도 감상을 교환하게끔 하는 것 중 더 ‘옳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 <무의식>은 관객에게 대단히 친절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사전 워크숍에서 주제와 관련된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고 예시를 설명하면서 연극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시키면서 연극에의 감상 포인트를 제시한다. 아마 사전워크숍이 아니었다면 본 연극을 이루는 다양한 제스처에 집중하지 못한 채, 텍스트가 많지 않은 그 극을 지루하게만 느끼고 나왔을지 모른다. 연기 경험, 신체훈련 경험이 없는 (필자를 포함한) 관객들은 ‘텍스트’위주로 연극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후워크숍은 사전워크숍에 비해 관객참여를 최대로 이끈다. 관객들끼리 그룹을 지어서 제스처란 무엇인지, 무의식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무의식적 행동을 인지한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이 난상토론의 열기는 대단했는데, 예정된 러닝타임이 30분이나 지체되기도 했다.


 
둔주하다(遁走ㅡㅡ): 그와 그녀를 움직인 것은 무엇일까?
  <무의식>은 두 편의 연극, 「소녀」와 「둔주하다」를 포함하고 있는데, 필자는 「둔주하다」편을 봤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왼편에 얼굴에 멍이 든 여자, 지긋지긋하게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을 위해 끓이던 콩나물국에 약을 탄다. 오른편에 누군가를 잃은 듯 상복을 입은 남자, 소주병으로 빻은 약을 소주와 함께 입에 털어 넣고 잠을 청하지만 결국 자살에 실패한다. 삶에 희망이 없는 상처받은 이들은 빗속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가운데 남녀는 서로의 결핍을 만나고, 채워주고, 무시하고, 집착하고, 이해하고, 위로하며, 그것이 의식적인 것이든 무의식적인 것이든 끊임없이 느낌을 주고받는다.
  처음 보는 남녀가 이런 경험을 갖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자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는 데 있어서, 맨 처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처음 마주쳤을 때, 남녀의 피부는 어디에 닿았고, 눈은 무얼 발견했고, 뇌를 포함한 온 몸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되었을까? 관객은 이 모든 것을 인물의 무의식적 제스처를 통해 추론하고 이해해보는 것이다.
 


<무의식>이 제시하는 새로운 관극방법론
여자의 한 행동이 남자에게 영향을 미쳐 남자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또 남자의 그 행동은 여자에게 영향을 미쳐 다른 행동을 하게끔 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감정과 행동의 조각들은 도미노처럼 나열되어 흘러 나간다. 사소한 행위들이 모여 ‘캐릭터’를 형성하고, 상대 캐릭터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니 배우의 손 끝 하나, 고갯짓 하나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된다.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예의주시한다면, 눈과 머리는 매우 바빠질 것이다. 지루해질 틈이 없다. 관객들은 이전보다 훨씬 재밌는 관극을 경험할 것이다. 이것이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무의식>이 제시하는 새로운 관극방법론’이다.


 
삶을 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
  한편 연극을 보는 새로운 시선은 곧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연극과 삶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무의식적 제스처에 예민해지자. 상대와 나의 제스처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다각적으로 해석해보자. 반복되는 일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의식-둔주하다>에서처럼 나를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_ 대학로티켓닷컴 대학생 기자단 3기 박영선 gogo_ys@naver.com
사진제공_ 월요연기연구실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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