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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오늘 우리의 이야기, 연극 <콜라소녀>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3-27 조회수 9928


 뉴스를 틀면 심심찮게 나오는 기사, 유산을 노린 존속살인. 우리는 이토록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의 재산 분쟁과 화해 이야기는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 <콜라소녀>의 최용훈 연출은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연극’이며 그것이 창작극의 장점이라 말했다.

 2012년 서울연극제에서 인기 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작은신화의 연극 <콜라소녀>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통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익숙한, 그러나 식상하지 않은 ‘우리’ 이야기

연극 <콜라소녀>는 누구나 겪어 봤을법한 가족들 간의 다툼과 화해 이야기다. 사실 친근함과 식상함은 한끝 차이기 때문에 어디서 들어봄직한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콜라소녀>는 익숙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대사들로 지루하지 않게 80분을 이끌어 간다.

이야기는 첫째 아들의 환갑날, 잔치를 준비하는 시골집에서 시작된다. 둘째와 셋째 부부는 대규모 레저타운이 들어서면 시골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오랜만에 형님의 집을 찾았다. 그들은 경쟁하듯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늘어놓으며 형님 내외에게 도와 달라 사정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결국은 형제들 간의 감정싸움이 불거지고 해서는 안 될 이야기까지 오가게 된다. 그 와중에 노모는 뜬금없이 쑥부쟁이 나루터로의 소풍을 제안한다.

“너무 꽉 잡았나벼.”

명희를 뿌린 그 곳에서 노모는 차마 놓지 못했던 어린 명희를 보낸다. 남편이 외도로 낳아온 명희는 가족들에게 살갑게 굴었지만 끝끝내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떠났다. 쑥부쟁이 나루터에서 어린 명희는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처음으로 진정한 '가족'에 속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오해와 불신이 해소된다.

길지 않은 시간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내가 연극을 보는 걸까, 아니면 삶이 연극인 걸까.’ 고민을 했다. 이렇듯 연극 <콜라소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내일들을 살아가야할, 우리가 만들어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 그리고 함께이기에 소중한 일상들

공연 내내 전 부치는 냄새가 솔솔 퍼졌다. 마치 시골 큰집에서 명절을 보내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돌아가신 시골 큰아버지는 명절마다 한바탕 할머니와 언쟁을 벌이셨고, 똑같은 주제로 매번 반복되는 언쟁이 나에게는 지겨웠다. 그래도 큰아버지는 늘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홍시를 손수 따다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나에게 연극 <콜라소녀>는 그때의 홍시 같은 극이었다.

육십갑자를 돌아 다시 태어난다는 환갑, 추운 겨울 사라졌다가 봄이면 다시 피어나는 꽃, 죽은 것 같은 번데기에서 새롭게 태어난 나비. 이러한 메타포들에 대해 작가는 한 배우의 입을 빌려 말한다. ‘무시무종, 시작도 끝도 없다.’ 이렇듯 살아간다는 것은 다투고 화해하고 상처받고 치유되는 일들이 시작도 끝도 없이 반복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육십갑자의 삶을 채워나가는 하루하루를 가족이란 끈으로 이어가는 그들을 보며, 크고 작은 다툼들마저 소중한 삶의 한 페이지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글_ 대학로티켓닷컴 대학생 기자단 3기 권하림 nimp0729@naver.com
사진제공_ 코르코르디움, 극단 작은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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