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티기자단
한 장의 흑백 사진 같은 마스크 연극<소라별 이야기>
-
최고 관리자
2013-02-27
10075
어린 시절, 늘 같이 산과 들을 뛰어놀던 친구들을 그려봅니다. 유난히 바보 같던 아이, 항상 화를 냈지만 속은 봄꽃처럼 여리던 아이, 동네 어귀에게 늘 우리를 반겨주었던 강아지... 그리운 얼굴을 따라 추억은 몽글몽글 떠오르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 숨바꼭질도, 감 서리도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친구들은 '추억'속에 두고 다시 일상을 되돌아 와야만 합니다.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공동창작이라는 과정을 거쳐 극을 만들었고, 배우들은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담은 반(半)가면을 쓰고 추억 속 친구들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한 장의 흑백 사진 같은 마스크연극<소라별 이야기>
반 마스크 극 그 신선한 시도
반 마스크를 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한다는 자체가 신선했던 극이었다. 반 마스크를 썼기에 눈빛이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야만 그 감정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연기하기에 어려움일 수 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그러한 제약 속에서도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감정을 전달해 낸다. 제약이 오히려 약이 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반 마스크를 쓴 배우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수놓아지면서 무대 위 세상은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추억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그 세계로 끌어다 놓는다. 반 마스크를 쓰고 흰 옷을 입고 나온 배우들의 물의 요정, 허수아비라든지 그런 새로운 움직임을 표현해 낸 것이 신선한 시도로 느껴졌다. 배우의 몸에서 나오는 그 세세한 움직임으로 살아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한편 그게 이 극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내용 그렇지만 잔잔한 대사와 찡한 이야기
내용은 단순하다. 이젠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동수’가 과거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시간 그리고 여주인공 ‘소라’를 만나서 일어났던 일 들을 회상한다. 그 회상의 매개체로 하모니카와 국민체조 노래가 쓰인다. 여주인공 소라는 도시에서 온 소녀로 듣기는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소녀다. 처음에 동네 아이들은 소녀를 괴롭히지만 동수는 그러한 소녀를 감싸주고 놀아준다. 소라와 별을 보러 산에 올라가는데 여러 별 이야기를 하다가 소라는 어떤 별을 가리킨다.
동수는 ‘어 저 별은 처음 보는 별이라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고 있다가 ‘아 네가 저 별을 처음 발견했으니까 소라별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소라별을 같이 보면 둘이 절대로 안 헤어져’ 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소라의 할아버지에게 편지가 날아오고 결국 소라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수는 슬퍼한다. 소라는 헤어지기 전에 동수에게 하모니카를 주고 떠난다. 그 추억을 떠올리는 할아버지가 된 동수가 나오면서 극이 막을 내린다.
중간 중간 나오는 대사들이 마음을 적신다. 소라의 할아버지는 감을 서리하려는 아이들을 혼내려다가 얼굴만 가리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일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척 용서해준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놀아라! 서로 뛰며 넘어지고 붙잡아주면서, 혼자하면 원래 재미가 없는 거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는 무대에 대고 ‘봐 아무도 없잖아, 이렇게 혼자하면 뭔 재미야, 이 할아비는 먼저 간다! 그래 그렇게 재밌게 놀다 와라!’ 하는데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도 분명, 먼저 간 친구들과의 놀던 추억이 그리울 것이다.
우리 역시도 유년의 아스라이 간직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것처럼. 옆 관객은 훌쩍훌쩍 거리면서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바라봤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추억을 가져다 주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매력적인 극이었다.
내 또래들은 어린시절 봤던 애니메이션이나 사먹었던 피카츄 돈가스 이런 것들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면서 그때를 추억하며 웃고, 즐기곤 한다. 90년대 생들만의 공유 가능한 이야기이다. 언젠가 우리가 노인이 되고나면 그런 것들이 소재가 되어 연극이나 뮤지컬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TV를 보면 지금 어린 세대들은 3D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보고 프로그램 중간에 춤을 배운다던지 하는 우리 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골목대장보다는 게임에 몰두하게 되었고 대화보다는 오히려 채팅창에서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되어버린 세상인 것 같아서 못내 씁쓸해졌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과 주인공들의 우정이 왠지 모르게 더 정이 있게 느껴진 것은 아닐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온기 그리고 부딪쳐 가며 느끼는 끈끈함이 요즘은 덜 한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진 이 극이 좋았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에게 어떤 유년 시절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