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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로봇을 통하여 인간 모두에게 던지는 굵직한 경고 메시지 한 장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1-23 조회수 10858
로봇을 통하여 인간 모두에게 던지는 굵직한 경고 메시지 한 장
연극 < R.U.R >

 

신진 연극 연출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요람을 흔들다'(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가 20일 '알유알(R·U·R)'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연극협회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가 세 번째. 지난해보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품이 5편으로 2편이 더 보태졌다. 

지난해와 달리 창작·번역극 구분을 두지 않았다. 올해는 1편만 창작극이었고 나머지 4편은 모두 번역극이었다. 말이 신진일 뿐 실제로는 참여 연출가들 거의 다가 대학로를 중심으로 짧지 않은 기간 꾸준히 연출활동을 해 온 경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이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견연출가들이 멘토로서 참여한 덕에 다양한 소재의 좋은 작품들이 다수 무대에 올려졌다.
 
“여기에는 태권V가 나오지 않는다. 
마징가Z도, 터미네이터도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다”
 
본 연극은 처음부터 그렇게 몇 마디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며 시작한다. 김제민 연출의 'R·U·R'은 'Rossum's Universal Robots'의 약어로 로썸이라는 과학자가 공장에서 만들어낸 로봇이라는 뜻이 있다. 그럼에도 극 중 배우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연극은 결국 로봇이 내용의 주요 소재이나, 로봇에 대한 이야기 아니다. ‘로봇’이란 사실 이른바 화장이나 옷을 차려 입는 등의 겉치장에 불과하다.
 


솔직히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며, 관객들 누구나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전개이다. 마치 옛날 많은 이들이 한번 쯤 즐겨보았을 법한 공상과학 영화를 직접 3D로 체험하는 것과 같을 뿐이다. 이 작품은 힘든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기 위해 대량생산된 로봇이 의식을 갖게 된 후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로봇 군인들이 시민을 학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봇에 의존하게 된 동시에 두려워하게 된 인간들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다. 

물론 이 극 전체가 파괴적이거나 살 떨리게 차갑거나 기괴한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공상과학극인 만큼 코믹하고 만화 같은 장면들이 많이 무대 위에 그려진다. 이러한 장면들은 점차 절망적 상황에 이르는 로봇 공장의 사장인 도민과 연구자들, 인간들의 참담하고도 복잡 미묘한 감정들과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극은 단지 단편적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쉬이 접할 수 있던 기술 문명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벌인 인간의 욕심과 그로 인한 파멸을 그린다거나, 로봇이란 존재 자체가 가지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훨씬 인간 사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극 처음에는 인간이 유구한 역사 아래 만들어온 발명품들을 나열한다. 개중에는 핵미사일도 존재하며, 무기 등이 자리하기도 한다. 극 말미에는 그러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던 발명품들을 통해 발생한 전쟁과 여타 사건들에서의 사망한 인간들의 숫자를 읊는다. 결국 격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하는 일이 진정 인간을 위한 일인가?'”
 
극 중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 인간들은 항상 점차 발전되는 현대 사회 문명과 기술 아래 점점 안락함과 편의성을 찾는다. 실제 극 중 로봇을 만든 이유에 대해 공장의 사장 도민은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그 노동을 대신할 존재가 필요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좀 더 편안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곧잘 기술을 빌려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편의성에 기대어 우리들은 과연 그를 통해 우리 인간은 그간 한 번이라도 스스로 제대로 돌아보았는가. 본 연극은 그러한 모든 인간과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생명의 본질성과 이성적 판단으로만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의 감정의 중요성을 지각해야 함을 동시에 경고한다.
 


본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무엇보다 미디어 드로잉이나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통해 무대에서 영상을 적극 활용한 점이다. 기존 좁은 무대 위에서 쉬이 구현해낼 수 없는 이미지를 보다 섬세하게 만들어내며, 공간을 확장시키는 활용이 적절하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움이 되었다. 그간 많은 연극들에서 영상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서 훨씬 내용과 중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함으로써 조명, 음향 등의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면, 좀 더 메세지에 집중할 수 있는 장면의 선책과 매끄러운 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보다 더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명확하게 보이고 싶다면 좀 더 섬세하게 관객의 시선에서 연극이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 것인가 더욱 섬세한 연출가의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참신한 연출과 동시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질 줄 아는 연극이 앞으로 '요람을 흔들다' 프로그램을 통해 다수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사진제공_극단 거미
대학로티켓닷컴 기자단 김누리 kimnuri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