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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가려진 인간 내면의 그늘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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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12-06
9499
일상에 가려진 인간 내면의 그늘을 파헤치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숨기며 살아간다. 그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무서운 일이든, 슬픈 일이든, 항상 평범한 일상으로 가리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연극 <인터뷰 interview>의 시작 역시 그렇다. 어디서나 있는 흔한 낡은 술집의 주인장 김영주는 늘 그랬듯이 손님이 모두 떠나간 저녁 늦은 시간 가게 정리를 시작한다. 연말이라 가게 밖으로는 캐롤 노래가 들려온다. 이 극의 사건은 주인장 김영주가 청소하던 중 가게를 잠시 나갔다 돌아오는 순간, 웬 모를 남자와 대치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술집 내부가 전체적인 공간 배경인 넓지 않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두 남자는 옥신각신한다. 김영주는 갑자기 자신 몰래 가게에 들어온 남자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도둑 혹은 단속공무원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오히려 남자 쪽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남자의 정체는 밝혀진다. 그는 김영주가 오래 전에 가입한 10억 짜리 생명보험 연장과 관련하여 가입 동기를 밝히러 온 보험 조사원 강 력이었다. 스스로 우수한 재원임을 밝히며 보험조사원은 주인장 김영주와의 인터뷰를 시도한다. 가입 신청자와 다른 신원조차 불분명한 수혜자 “라이따이한”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강 력의 거듭되는 질문에 결국 김영주는 단촐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낸다.
파헤치다, 들여다보다, 훔쳐보다.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와 보험 조사원간의 인터뷰 사이에서 드러나는 전쟁의 폐해와 인간 내면의 그늘과 상처를 이야기한다. 보험조사원 강 력이 알 수 없는 수혜자를 위한 10억 보험의 생명 보험을 가입한 김영주의 동기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그가 겪은 내면 파괴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실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극의 주요 내용임은 맞다. 그러나 그 것이 결코 이 극의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 나의 내면의 바닥을 보게 되는 건 가장 두려운 일일지도 모르며, 그렇게 누가 누군가의 기억과 상처를 헤집는 것만큼 잔인한 일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각자 입장과 사정이 다른 두 캐릭터는 초반에 벌였던 희극적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해 나간다. 강 력이 김영주에게 전쟁의 기억을 몰아붙이는 만큼 그도 모종의 감정 변화를 겪는다. 서로 함께 일상적 비극으로 치닫는다. 무대 밖에서 그들의 변화와 고통을 방관하던 관객들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숨 막히는 긴장감에 사로잡히며, 인물의 내면의 그늘을 끊임없이 훔쳐본다. 인터뷰라는 형식에서 찾아오는 기묘한 연극 내부 인물의 대화 방식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주는 동시에 높은 몰입도를 갖게 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신나는 징글벨 노래는 오히려 처연하게 들려온다. 징글벨이 들려오는 빈 무대의 결말은 일상으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술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점점 거칠어지고 무너져간 두 사람과는 다르게 연말을 맞은 술집의 밖은 온전히 평화롭다. 결국 또 누군가가 아니라면 드러나지 않을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시 묻히게 된다. 술집 안과 밖으로 상징되는 두 공간은 서로 공존하나 한편으로 괴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국엔 똑같은 일상이 되는 것이다.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단순히 김영주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전쟁의 잔인함과 상처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의 내면에 드리운 그늘을 가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건조한 일상을 보여주며, 그 쓰라림을 전달한다.
가리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보여주는, 또 다른 희망의 연극
실제 결말을 생각하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앞서 말했듯 월남전이라는 소재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너무나 오래된 역사의 궤적은 쉬이 사람들의 피부에 잘 닿지 않는다. 낯선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본적인 인간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가지게 되는 고통과 상처를 이야기 하니 그만큼 관객들 스스로 공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굳이 비극적 내옹을 비극적으로 풀지 않는다. 희극적 장치를 사용함으로서 웃음을 유발하고, 한편으로 오히려 사실적인 내용과 연출 아래 관객들 스스로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각자 가지는 모종의 상처나 고통들을 가린다고 능사는 아님을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지적한다. 오히려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하며, 그 것은 희망과 같다. 항상 도망치고 감추고 사실에 회피하던 이들로부터 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본 연극은 다소 날카로운듯하지만, 무척 따스함을 담고 있다.
20년 전 배우 박신양의 첫 연극 작품인 <사랑과 죽음이 만날 때>를 원작으로 하였으나, 올해 새로이 창작되어 만들어진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관객들에게 날카롭지만 따스한 메시지를 던진다. 2인극이라는 특성은 그 자체로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이 연극에서는 그 점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연출만이 연극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음을 연극 <인터뷰 interview>는 본연의 텍스트와 그 안의 인물에 집중하여 말하고 있다.
2인극 페스티벌에 이어 연극 <interview>는 12월 13일부터 12월 30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한다.
대학로티켓닷컴 기자단 김누리 kimnuri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