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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인터뷰] 2인극 페스티벌 < 인터뷰 > 차태호 연출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2-12-06 조회수 10185
잊고 싶은, 잊으려 하는,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제 12회 2인극 페스티벌의 12번째 출품작인 < 인터뷰 >는 그 제목 그대로 두 남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종의 인터뷰를 그리고 있다.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예사롭지 않은 사연을 간직한 듯 보이는 술집 사장과 그가 들어 둔 67억짜리 보험을 놓고 조사를 나온 보험조사원의 밀고 당기는 대결,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아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극단 지구연극의 차태호 연출(명지대 뮤지컬공연전공 교수)을 만났다. 


 
Q. 1992년 연출 데뷔작이었던 < 사랑과 죽음이 만날 때 >를 원작으로 쓴 작품이라 들었다. 이번 연극 < 인터뷰 > 말이다.

A. 단순히 원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이전 작품 < 사랑이 죽음과 만날 때 >는 미국의 극작가 피터 스웨트의 작품을 번역한 번안극이었다. (참고로 피터 스웨트의 인터뷰는 독일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온 양복점 주인과 그를 찾아온 보험조사원의 이야기이다. 기자.) 하지만 이번 작품 < 인터뷰 >는 그와는 전혀 다르다. 전작에서는 어디까지나 모티브만을 따왔을 뿐, 기본적으로 이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극이다. 줄거리나 등장인물은 물론 결말도 다르고, 연극적으로도 여러 가지 요소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Q. 그래도 어찌 보면 ‘처음’으로의 회귀다. 그것도 만 20년 만이다. 의미가 클 것 같다.

A. 1989년 대학(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을 졸업한 뒤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에 근무한 적도 있었고, 유학 생활도 했었고, 지난 2000년 극단 지구연극을 창단한 뒤 지금은 대학 교수다. 그렇게 삼십 년이다. 하지만 그 동안 결코 연극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오히려 경력이 쌓일수록 더욱 새롭게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 때 마침 2인극 페스티벌과 인연이 닿아 20년 전 데뷔작이었던 이 작품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또한 새롭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오늘’,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연극 ‘인터뷰’ 새로운 이야기 … 원작과는 달라

Q. 특히나 2인극은 2인극이라는 그 자체로서 장르적 특수성이 있지 않나. 

A. 당연하다. 무대 디자인에 있어서나, 극적 연출에 있어서나 여러 가지로 제약이 있다. 그래서 이번 2인극 페스티벌에서는 되도록이면 최대한 간소하고 단순하게 가려고 했다. 그러나 오는 12월에 있을 극단 정기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그 때에는 등장인물도 한 명 더해져 좀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 기대해 달라.

Q.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은 4, 50년 전 발발했던 월남전에 있다.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는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것이 오늘날까지 의미를 가진다면 무엇일까.

A. 라이따이한이라는 말이 있다. 월남전 당시 한국인들이 뿌린 씨앗.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혼혈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것은 일본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다름 아닌 우리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남긴 상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라이따이한은 그저 과거의 유물- 잊어버리고 싶고 묻어두고만 싶은 존재일 뿐이다.  당장 전쟁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가 정상화 된지도 고작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래서는 안 된다. 요즘의 소위 '다문화' 추세를 말하기 전 우선 이러한 과거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제대로 치유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그렇다면 이것은‘역사에 희생된 개인’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까.

A. 그렇다. 그러나 희생된 것은 단순히 라이따이한들만이 아닌 작품 속 주인공 김영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전쟁고아였고 배가 많이 고팠다. 그가 단지 그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탈출구가 바로 베트남 자원 입대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그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예술에 있어 그러한 현실과의 접점을 찾고자 한다. 일련의 현실 속에서 예술적 아름다움, 창작자로서의 모티브를 찾는 것이 바로 나의 몫이다. 



예술과 현실의 접점.. 그 속의 아름다움

Q. 작품 자체에서는 관객의 참여 유도가 인상적이었다. 극의 시작을 관객에게 맡긴다든가, 관객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진다든가.

A.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비극이다. 비극 앞에는 비극을 더욱 살려줄 희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반부에는 되도록 희극적인 요소를 넣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후반부로 가서부터는 극 자체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역할극, 극중극 연출을 시도했다. 

Q. 극단 지구연극의 대표로서 연극 연출에 일가견이 있지만 뮤지컬 학과 교수이기도 하고 뮤지컬 연출 경력 또한 대단한데, 만약 뮤지컬과 비교해서 연극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면. 

A.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약속의 예술이다. 비록 연극이 영화처럼 완전한 일루젼을 제공하지는 못해도 그 현장에 있는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는 극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 그것은 두 주체 사이의 정서적인 교감과 교류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는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호흡과 동화를 사랑한다. 물론 뮤지컬에도 뮤지컬만의 낭만과 멋이 있지만, 뮤지컬도 기본적으로는 연극이다. 


이처럼 길지 않은 인터뷰에서도 작품에 대한 포부와 열정을 
진솔하게 보여준 우리 시대의 연극인 차태호 연출. 
인터뷰 말미. 연극과 뮤지컬 모두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데뷔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녹슬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 
바로 '오늘'의 '우리'에게 꼭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 < 인터뷰 >는 오는 12월 13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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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사진제공 <인터뷰> 

글 곽민서(대학로티켓 대학생기자단2기, minseo_kw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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