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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9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혼란을 일으키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바보들이야!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2-12-06 조회수 9631
9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혼란을 일으키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바보들이야! 
- 실제하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한 나라의 이야기 <구몰라 대통령>-


연극 <구몰라 대통령>의 포스터

 연극 <구몰라 대통령>은  ‘극단 민예’가 148회로 공연하는 작품으로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풍기는 작품이다.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도착하였을 때, 그 장소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느꼈다. 1층에 최근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며 ‘팟캐스트 열풍’을 일으킨 “나는 꼼수다”의 카페 BUNKER 1 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치극장 정미소와 함께 위치한 카페 BUNKER 1

 그렇게 극장 안에 들어가자, 특이한 무대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무대 중앙에 왕좌처럼 보이는 의자 하나와 그 의자를 기준으로 배치되어있는 책걸상들, 그리고 여러 면의 벽들에 붙어있는 찌그러진 문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무대를 살펴보고 있자니 대통령 이 무대 위에 나타나며 극이 시작되었다.


대통령 역의 염동헌 분(좌), 서정하 분(우)

 이 작품에서 대통령은 특별한 이름이 없다. 아니, 어느 누구도 특별한 이름이 없이 직책이나 직업이 그들을 뜻하는 호칭이다. 아무튼 대통령은 무대 위에 올라오자마자 세상의 “바보”들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마구 발산한다. 이 “바보”는 극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한 번도 실제 극중에는 나타나지 않는, 일반 국민을 뜻한다. 



 그렇게 바보에 대한 혐오를 늘어놓고 왕좌에서 자장가에 맞춰 어린아이가 자는 자세로 잠을 청하던 대통령은 잠시 후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잠에서 깨고, 곧 새해를 맞이함을 알리는 국민들의 축제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때 등장하는 비서실장과 그 외 모든 각료들의 얼굴에는 카드의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데, 아마도 이는 꼭두각시와 같은 그들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상징이 아닐까 한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해도 엄청나게 압도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난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구해낸 경제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치켜세운다. 순간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대통령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를 새해에는 ‘바보가 없는’ 나라로 만들어 강성대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선언하려 한다. 그러나 “바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애인이자 비서와 함께 새해맞이 드라이브를 나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혼수상태에서 사방에 숫자 ‘9’를 본 대통령은 깨어남과 동시에 주위의 사람들을 불러 8과 10사이에 9라는 숫자가 있는지 묻는다. 이 공연의 제목이 왜 <구몰라 대통령>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9의 존재에 대해 한참을 고민한다. 이 과정에 '시인'이 아주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놀랍게도 그는 후에 여당대표로도 출연하는 배우 고경진 분 이다.) 시인의 말과 바보들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하던 그는, 문득 자신이 규정하는 ‘바보’를 9를 아는 사람들 –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 -로 규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9를 아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여당대표, 장관, 비서실장, 총리 등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비록 결국엔 대통령의 결정으로 회의의 결론이 내려지지만 그러는 와중에, 무대의 삼면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독재자들(히틀러, 박정희, 김일성)의 얼굴이 비춰진다.

 아마 이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소위 각료들의 회의 중에 대부분 표현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배우들의 각각의 대사에서 은연중에 나오는 수많은 정치인들의 패러디와(역사의 판단에 맡긴다, 즐겨먹는 개고기 2인분 등등) 공공연한 언론장악, 그리고 시청앞 대학살 등 굳이 ‘대한민국’임을 지칭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정치계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소품들은 연극 <구몰라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연극 <구몰라 대통령>의 배우들

 솔직히 제목에서 코믹스러운 내용을 기대하고 이 공연을 관람하러 간다면, 가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1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9를 모르는 대통령’을 통해 통쾌하게 풀어낸 극단 민예의 <구몰라 대통령>은 대선이 다가오고, 또 여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그런 공연이다.


•기타 공연관련 정보들
 출연진
- 염동헌 / 대통령 역(더블)
연극 : 키사리기 미키짱, 늙은 자전거, 인어도시, 그대를 사랑합니다, 성순씨 일내겄네! 외
영화 : 특수본, 황해, 구름은 버서난 달... 외
방송 : 더킹 투하츠, 빛과 그림자, 미쓰 아줌마, 괜찮아 아빠 딸, 시티 홀 외
  
-서정하 / 대통령 역(더블)
연극 : 템프파일, 슬픈 연극, 대대손손, 애국자들의 수요모임, 김봉순 할머니를 사수하라, 내 맛이 어때서, 쌩쇼, 이발사를 살해한 한 남자에 대한 재판, 나의 기찬 도둑님 외
영화 : 모비딕, 밀양

-이윤숙 / 비서실장 역
연극 : 하녀들, 누가 살던 방, 택시 택시, 연꽃 속의 불, 위험한 시선, 선착장에서, 고추말 리기, 하얀 자화상, 바람의 딸, 다시라기, 장화홍련 실종사건 외

-김상복 / 총리 역
바람의 딸, 장화홍련 실종사건, 누가 살던 방, 구두코와 구두굽, 천태만상-절대사절, 하얀 자화상, 다시라기, 지옥도, 몽유도, 연옥 외

-손대방 / 장관, 학자 역
연극 : 느릅나무 그늘 아래의 욕망, 블랙 코메디, 연꽃 속의 불, 지옥도, 템프파일, 장화홍 련 실종사건, 내가 하늘을 날 때, 고추말리기, 하얀 자화상, 다시라기, 바람의 딸, 헛소동, 전쟁을 로비하다 외

-고경진 / 여당 대표, 시인 역
연극 : 애국자들의 수요모임, 지옥도, 누가 살던 방, 템프파일, 장화홍련 실종사건, 블랙 코메디, 내 맛이 어때서, 전쟁을 로비하라 외
영화 : 7급 공무원(공항경찰 역), 백만장자의 첫사랑(의사 역)

-김시원 / 비서 역
연극 : 하얀 자화상, 고추말리기, 다시라기, 몽유도,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외


[자세한 공연정보 보러가기]

공연정보


사진제공 <구몰라 대통령> 

글 이상현(대학로티켓 대학생기자단2기, maki_r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