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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네 남자의 수다로 풀어보는 한 장의 사진 속 인생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2-10-24 조회수 11011

네 남자의 수다로 풀어보는 한 장의 사진 속 인생 – 더 포토




연극 더 포토는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 위에 걸려있는 한 장의 사진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카페인지 다방인지 알 수 없는, 현재와 과거가 얽혀있는 그 한 장의 사진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다 보면,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조명이 꺼진다.

 

 

 

 노래가 멈추고 어두웠던 무대가 밝아지면 한 연기자(배우 전정우 분)가 무대 한가운데 의자를 놓고 앉아 사진을 보고 있다. 한참을 사진을 바라보던 그는 그 사진의 장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가 한참을 말하면서 관객들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때 즈음, 객석에서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치거나 핀잔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관객들이 놀라며 소리가 나온 부분을 돌아보면, 한 명씩 한 명씩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렇게 4명의 남자(주석 : 배우 오주석 분, 인겸 : 배우 정인겸 분, 정우 : 배우 전정우 분, 지환 : 배우 박지환 분) 가 무대 위로 올라오면 더 포토의 공연이 시작된다.

  

 더 포토는 원작인 벨기에의 "트렌스 퀸크날 Transquinquennal" (다섯 살을 넘어서) 극단의 (추그츠방)에서 기본적 형식과 주제만을 빌려와 공동창작의 형식으로 몽씨어터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다섯 번째 프로젝트이다. 대학로의 명물인 ‘학림다방’의 사진 한 장으로 그 사진 속 인물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사진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현실과 허구가 자연스럽게 뒤섞이며 ‘과연 우리가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무거운 주제로 시작하여 전반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며 성장하고 마지막엔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유쾌하게 90분간의 네 남자의 수다로 풀어나가는 공연이다.

 


(왼쪽부터 배우 오주석 분, 배우 박지환 분, 배우 정인겸 분, 배우 전정우 분)

 

 무대 위 학림다방의 사진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되는 네 남자의 수다는, 갑자기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한 각자의 상상으로 넘어간다. 사진 속 인물들 한명 한명에 대한 상상으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이어지고, 셀카, SNS등 사진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과연 사진속의 우리의 모습들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인지, 과연 ‘우리는 사진을 본래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관객들이 무거운 물음을 던지고 있는 중에 네 남자의 수다는 갑자기 전에 자신들이 겪었던 황당한 경험들로 넘어가 어리둥절해 있던 사람들을 폭소케 한다. 그 수다에 빠져 배꼽 빠지게 웃다보면 배우 한 명, 한 명이 객석에 앉은 누구에게라도 한번쯤은 있었을 법한 자신의 과거 이야기들을 꺼내며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를 재조명하며 지금까지의 삶을 곱씹는다. 과거와 현재를 거쳐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미래로 넘어가고, 탄생과 성장의 이야기들 후에는 자연스레 죽음의 이야기가 따라온다. 처음에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언급을 꺼려하던 배우들은, 조심스레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져왔던 막연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가며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그렇게 엄숙하게 이야기 하던 배우들이 한명씩 퇴장하고, 인겸(배우 정인겸 분)만이 무대 위에 홀로 남아 한동안 말없이 사진을 주시한다. 그리고는 문득 뒤돌아서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무의미한가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고는 자리를 뜬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비틀즈의 이 흘러나오며 무대는 막을 내린다.

 

 이 공연은 90분간의 수다와 수다 사이에 침묵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삶에 대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우리들이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게 해준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 신선한 충격을 준 공연이었다. 몇 일간 밤을 시험공부 하느라 밤을 샌 내가 공연 내내, 그리고 돌아와서도 한동안 공연의 여파로 피곤함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 공연이 가지는 무게와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웃음 후에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주는 그러한 웃음이 필요하다면, 외롭다면, 사는 게 무료하다면,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 공연을 볼 수 있는 17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이 네 남자의 수다에 빠져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 알과핵 소극장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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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사진제공 <더 포토> 

글 이상현(대학로티켓 대학생기자단2기, maki_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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