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티기자단
외모와 진심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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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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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권의 <삼봉이발소>는 인터넷을 하는 누구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만 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웹툰이다. 연극 <삼봉이발소>는 이 웹툰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연극 <삼봉이발소>는 웹툰 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었다. 올해 5월부터 CGV 주변에 있는 한성아트홀 제 2관에서 오픈 런으로 진행되는 연극 <삼봉이발소>는 작년에 이어 앵콜 되어 업그레이드 시즌2로 돌아왔다. 한성아트홀은 나에겐 조금 생소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길을 잘 찾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익숙한, 대부분의 극장들이 위치한 곳의 반대편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 <삼봉이발소>를 보기위해서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많은 관객들이 삼봉이만 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특히 고등학생 관객들이 많았는데, 연극 <삼봉이발소>가 교육적으로도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 하셨는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몇 명을 이끌고 오신 선생님도 계셨다. 고등학생들을 몰고 오신 선생님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저 선생님께 배우는 학생들은 참 행복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연극 <삼봉이발소>를 이번 대학로 티켓 닷컴 기자단 활동에서 꼭 보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와 통한다. 물론 웹툰 <삼봉이발소>의 팬들 중 한 명으로서 라는 평범한 이유도 있지만, <삼봉이발소> 이야기 자체가 나에게 줬던 의미는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웹툰 <삼봉이발소>를 만났던 때는 내가 한창 우울할 때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으레 여자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듯 나 또한 다른 여자아이들과 같이 무리 지어 다녔던 그 때, 나는 친구들의 “두 얼굴”에 상당히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삼봉이발소>는 나에게 친구를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진정한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생각해보게 했다.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서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서서는 또 다른 꾸며낸 모습을 보여준 나의 모습. 무리 내에서도 예쁜 아이의 말이 곧 법처럼 되어버린 모습. <삼봉이발소>는 내가 느끼고 있던 회의감을 해소 시켜 주었다. 고등학생, 사춘기 시기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일텐데 <삼봉이발소>가 누구에게나 쉽고도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극 <삼봉이발소>의 삼봉이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의 상처는 꽁꽁 숨겨두며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삼봉이와 하울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여 싸운다. 이처럼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없진 않지만 삼봉이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삼봉이발소>를 꾸려간다.
연극 <삼봉이발소>는 웹툰 <삼봉이발소>와 같이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유쾌하게 비판하고 있다. 웹툰 <삼봉이발소>를 만났을 때에는 단순히 원래 <삼봉이발소>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인 외모지상주의 비판에 집중했다면, 연극 <삼봉이발소>를 보면서 “삼봉이” 캐릭터 자체와 “장미”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픈 과거와 그를 씻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라 말해주는 삼봉이와 그런 “타인” 삼봉이를 다독여주는 장미.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새로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삼봉이의 “진심”을 원하는 장미와 그런 장미에게 마음을 여는 삼봉이. <삼봉이발소>는 외모지상주의를 통해 가려진 진심을 보여주고자 했음이다. 더 나아가 진심을 가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외모지상주의,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음이다.
연극 <삼봉이발소>는 만화적 표현 그대로 과장된 연기와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어 원작에 충실했으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과 눈물 모두를 주는 연극이었다. 만화적 표현이 강해서 조금은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오글거림을 유발하지만, 그 오글거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그런 연극이었다. 또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밝은 시각에서 풀어 희망을 전한다. 마치 삼봉이가 연극을 보는 우리에게도 가위질을 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듯 힘을 전한다.
연극 <삼봉이발소>에서 꼭 주의해서 봐야할 부분은 역시나 고양이 믹스라는 캐릭터이다. 깨알같은 믹스의 유쾌하고 귀엽고 섹시하고 힘이 넘치는 연기에 주목하도록 하자. 주 내용은 삼봉이와 장미,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로 진행되지만, 믹스의 감초 같은 연기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는다. 또, 주목해야할 캐릭터로는 장미의 친구, 이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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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모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연극 <삼봉이발소> 캐릭터들과 함께 하게 하고, 삼봉이의 가슴 아픈 과거에 장미와 함께 눈물짓기도 하게 하고, 믹스의 재기발랄함에 함께 웃기도 하게 하는 연극 <삼봉이발소>. 외모도 경쟁력이다, 라는 세상이 되어가는 지금, 상대적으로 열등감에 가득 차 버린 우리 현대인이 꼭 봐야할 희망과 꿈의 지침서라고 하겠다.
사진제공 <삼봉이발소>
글 곽나현(대티 대학생 기자단, nahyunish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