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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코미디를 보여줄, 연극 <웨딩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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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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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코미디를 보여줄, 연극 <웨딩스캔들>
대학로의 수많은 연극 작품들 중에서도 코미디라는 장르는 흔한 동시에 “코미디”의 정의는 과연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 생각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을 찾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연극 <웨딩스캔들>은 2012년 대학로에 뜬 따끈따끈한 신작인 동시에 지금까지 우리 관객들이 봐온 그 이상의 유쾌함과 웃음을 전달해줄 코미디 연극이다. 프랑스 특유의 유머가 진득하게 묻어있는 이 연극은 쉬지 않고 사람의 입 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만큼, 마치 속사포처럼 웃음을 쏟게 만든다. 꼭 무겁고 진지한 연극만이 여운을 즐길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팠고, 그 순간의 고통은 여운과 함께 남는다.
백만 유로를 위해서라면 결혼? 게이? 뭔들 못하리.
주인공 앙리는 타고난 바람둥이다. 연애는 좋아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주의이다. 그러나 갑자기 고모의 유언장이 도착했다. 그리고 유언장에는 백만 유로의 유산을 조카인 앙리에게 상속한다고 적혀 있었다. 앙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기쁨에 젖었더랬다. 그러나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유산 상속에 조건이 있단다. 그 것은 다름이 아니라 결혼과 1년 이상의 생활. 생전에 앙리가 결혼하길 빌고 빌었던 고모이다. 앙리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백만 유로를 그대로 떠나보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결국 앙리는 결혼을 결심한다. 다만 그 상대가 친구 도도일 뿐. 앙리의 친구인 도도의 직업은 삼류 무명 배우이다. 당장 집에서 나와서 독립하고 싶은데 집도 없고 돈도 가진 게 없다. 두 친구의 곤란한 상황을 들은 또 다른 친구 변호사 노베르가 이윽고 잔머리를 굴려서 나온 결론이 바로 두 사람의 결혼이었다. 누구에게도 들켜서 안 되는 다소 위험천만한 그들의 동거 아니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연극 <웨딩스캔들>은 앙리와 도도가 서로의 합의하에 시작된 가짜 결혼 생활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주요 공간적 배경은 모두 앙리의 집으로 그려진다. 실제 무대는 앙리의 집 거실을 구현하고 있다. <웨딩스캔들>이 본격적으로 웃기기 시작하는 건 하나 둘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방문하면서이다. 아버지 에드몽, 앙리의 애인 엘자가 집에 찾아오면서 앙리와 도도는 하나 둘 거짓말을 늘려나간다. 그 거짓말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어떻게든 순간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고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가짜 결혼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한 앙리와 도도의 몸부림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뿐 아니라 앙리와 도도 외 에드몽, 엘자, 노베르 각각 캐릭터가 가진 톡톡 튀는 대사와 행동은 한 시도 관객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다른 연극에서 사건이 전개될수록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는 것처럼 똑같이 관객들은 언제 또 배꼽이 빠져라 웃어야 되는 건지 긴장한다.
어느 한 쪽에 의지하지 않는, 모든 것이 조화로운 무대
연극<웨딩스캔들>이 타 코미디 작품과 비교하여 가장 큰 차이점이자 본 작품만의 장점은 바로 조화로움이다. 보통 대학로의 코미디 연극은 배우의 개인기나 행동을 통해 웃음을 억지로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다소 극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오히려 배우나 무대 효과와 같은 다른 부문에 작품이 의지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하지만 <웨딩스캔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대본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캐릭터에 있어서도 진부함이 없고 톡톡 튄다. 일부러 배우들이 과장하여 억지로 웃음을 유발시키려 하지 않는다. 역할에 맞는 배우의 적절한 강도의 연기와 배우들간의 호흡, 무대 연출, 희곡이 온전히 조화롭게 엮인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또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만든다. 이러한 일련의 전개 과정은 대학로의 대표 연극 중 하나인 <라이어>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웨딩스캔들>은 라이어와는 또 다른 가짜 결혼, 게이 부부라는 기발한 소재를 통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조화로움으로 연극 전체를 무너지지 않게 했다. 그 조화로움은 결국 극의 탄력을 높이고, 관객들을 한 시도 쉬지 않고 웃기며 모두를 이끌고 마지막까지 가는 원동력이 된다.
재미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아서 이 연극이 더 좋은 이유
솔직히 <웨딩스캔들>은 “앙리와 도도가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가짜 결혼임을 숨긴다.”는 단 한 줄로 설명되는 상황을 점층적인 사건의 전개로 하여금 끌어간다. 상황이 진행되는 공간 또한 앙리의 집으로 한정적이다. 작품의 소재가 독특하고 개연성이 있고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재치 있게 잘 넘겼다. 하지만 내용의 명쾌하고 단순함이 극에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오히려 관객들이 예상하는 내용의 전개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어지며 반전의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상황을 전개하기에 바빠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캐릭터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에 극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문제는 발생한다. 앙리가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며 엘자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모습이나 게이로서 남성과 결혼하게 된 아버지 에드몽의 모습은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말이 성급하게 처리된 느낌이다. 즉 뒷심이 부족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없이 웃겼던 동시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연극<웨딩스캔들>이 그럼에도 좋은 이유는 대학로에서 쉬이 접하기 어려웠던 프랑스 코미디를 접하게 해주었다는 것과 그와 동시에 차차 만들어질 새로운 한국 코미디 연극에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열심히 웃은 만큼 열심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연극 <웨딩스캔들>은 2012년 7월 1일까지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김누리 대티 대학생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