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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행복하고 싶으세요? 이제 행복해질 시간입니다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2-06-12 조회수 10538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행복”을 꿈꾼다. 그렇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또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그렇다면 당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과연 이러한 질문을 당신이 받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솔직히 대다수 사람들은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직업이나 자신이 처한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대인관계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다. 나보다 부유한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나보다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면 더 행복해 보일 것이다. 어느새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은 타인과의 비교 하에 규정되었다. 여기 바로 ‘행복 하고 싶지만 지금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극이 한 편 있다.

 


그 남자가 모르는 그 여자의 이야기, 그 여자가 모르는 그 남자의 이야기


연극<행복>은 두 남녀 배우만이 무대에 등장하여 약 2시간동안 전체 극을 이끌어 나간다. 무대에는 한 쌍의 부부가 있다. 본업은 권투선수에 부업으로 보험설계사인 남편과 동화작가 아내. 이들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서로에게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이라는 이름마저 생소한 희귀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남편은 듣게 된다. 아내 역시 단순히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서로의 병에 알게 되는 극 초반부터 이미 상황은 비극적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연극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제목에 걸맞게 행복하게 끝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관객들은 부부가 서로의 병은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병이 있음은 깨닫지 못하는 상황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극에 몰입한다. 


부부는 서로 알고 있는 상대의 병을 차마 고백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 나름대로 그 비밀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프지 않도록 고군분투한다. 아내는 남편의 기억이 감퇴되는 것이 심각해질수록 더욱 울지 않고 웃으려고 한다. 너무 웃어서도 울어서도 안 되는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의 아내를 위해 남자는 항상 마음을 졸이며 아내가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막는다. 두 사람은 매 순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웃으며 행복하고자 한다.


서로에게 기댄 부부는 각자 독백한다.

아내는 말한다. “남편. 당신 기억 내가 다 가질게”

남편은 말한다. “마누라. 당신 행복 내가 다 줄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 극은 한 편의 동화와 함께 연결되어 진행되고 있다. 공주님과 공주님을 사랑하는 광대의 이야기. 그 두 인물은 바로 극 중의 주인공인 아내와 남편과 맞닿아 있다. 아내는 공주님 옷을 입기도 하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광대 옷을 입는다. 서로를 한없이 사랑하고 있음을 말하는 부부의 모습에 관객들은 당연하게도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극의 내용만큼이나 관객을 사로잡는 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무대이다. 기본적으로는 부부가 함께 지내는 집이지만, 다양한 구도와 조명, 음향 등의 무대 기술에 따라 그 곳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편의점 앞이 되고, 남편이 아내를 위해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주는 테마모텔이 되기도 한다. 실제 공간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무대에는 가끔씩 아름다운 배경 그림이 그려지곤 하는데, 그러면 곧 무대는 동화 속 공간이 되어버린다. 조그만 무대 위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조명 색에 비춰진 광대와 공주님의 그림은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쉬이 끌어당긴다. 무대는 관객이 극을 온전히 몰입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부여한다.


무대에서 동분서주하는 남편과 아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무대에 온 신경을 집중한 관객들은 어느새 동화책을 읽던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변한다. 마음을 간질이는 설렘을 느끼는 한편 극이 진행될수록, 동화 같은 이야기가 슬퍼질수록 관객들의 표정은 점점 그대로 감성에 젖어들었다. 이러한 동화 같은 무대와 극은 마치 본 작품의 제작진들이 만들었던 연극 <보고싶습니다>를 떠오르게 만든다.


행복하고 싶으세요? 이제 행복해질 시간입니다.             


결과적으로 극 말미에 부부의 행복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남편은 알츠하이머병이 심각해진 탓에 길조차 잃어버려 참가하려던 복싱 경기가 하는 체육관에도 가지 못하였다. 복싱 경기를 하던 모습에서 순식간에 차도로 변한 배경 위에 덩그러니 놓인 남편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경기에도 참가하지 않고 집에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 마음을 애태우던 아내는 결국 돌아온 남편의 “누구세요?” 한마디에 울음을 터뜨린다. 격해지는 감정 끝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아내에 놀란 남편은 허둥지둥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가 아플 때 써야 할 주사기를 어디 둔 지 기억이 나지 않은 남편은 제 머리를 때리며 울부짖다시피 외친다. “나 생각이 안나. 안나!!” 그렇게 기억나지 않던 반지의 행방을 기억 했음에도 결국 119에 전화해서도 집 주소를 구급대원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편은 말한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해. 내가 미안해. 말 못해서.”


그러나 극은 제목을 따르는 것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아내는 임신을 했고, 남편은 여전히 아내의 동화책이 자신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내용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이불빨래 하는 대야 속에 들어가 함께 손을 마주잡고 왈츠를 춘다. 부부가 서 있는 무대 위에 어둠이 점점 내려앉기 시작하면 동화의 해피엔딩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에 들려오는 말은 이 연극 자체가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 때 공주가 웃음을 지었습니다. 광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은 금세 전염되어 광대도 웃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호나고 아이도 순풍순풍 낳아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아이들도, 그 아이의 아이들도, 결국 온 섬에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엇고, 그 곳은 행복의 섬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극 중의 부부는 병이 낫지 않았다. 남편은 여전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아내는 여전히 생소한 병에 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행복하다. 행복 하는 데 자격이 있을까? 극에서처럼 부부 서로 모두에게 병이 있다면, 혹시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가정이 어렵다면 그 것은 불행일가? 하지만 이것은 충분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행복의 ‘기준’은 그 어느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의 처지를 누구와의 비교에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듯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의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주변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이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난 지금 불행해. 나도 행복 하고 싶어”라고 투정 부리기 힘들 것이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웃음이, 누군가와의 사소한 추억이, 물건이 나를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HAPPY EVER AFTER. 더없이 완벽한 해피엔딩만을 바라지 마라. 연극 <행복>의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가 처음 만났던 편의점 앞에서 아내는 남편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을 말하며 또 다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HAPPY END, AND 이처럼 해피엔딩은 매 순간 만들 수 있다.


행복하고 싶으세요? 그럼 '행복'으로 오세요. 이제 행복해질 시간입니다.




사진 극단 화살표

글 김누리 대티 대학생 기자단

kimnuri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