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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찾아 온 이들에게 바치는 웃음 뮤지컬 <라스트 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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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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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뮤지컬에 경계를 지을 필요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컬트 뮤지컬이라고 이름 짓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적 소주자의 이야기를 다룬 록뮤지컬 <헤드윅>이라 던지 엽기, 호러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록키호러쇼>와 같은 뮤지컬을 사람들이 컬트 뮤지컬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찾아간 라스트 위시는 괴기스런 분위기, 웃음기를 상상 할 수 없는 주제로 관객들을 찾아가는 일종의 컬트뮤지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선택 = 자살?!!
먼저 이 뮤지컬의 주제는 죽음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죽음을 택하는 자살이 이 뮤지컬의 주된 소재이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자살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는 자신만의 논리로 ‘자살’을 지상 최고의 선택이라 여기는 박사와 그런 박사를 옆에서 살신성인으로 돕는 여조수가 있다. 여 조수는 박사의 실험의 실패로 약을 먹고 흉측한 괴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사실 연극에서 이 괴물은 초록색 분장을 한 남자 배우가 등장한다. 그 초록색 남자가 여 조수라고 하며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투들이 꽤나 흥미롭다. 이렇게 두 남자가 운영하는 자살 연구소에 자살을 마음먹고 찾아오는 몇몇의 손님들이 이 뮤지컬의 주된 이야기가 된다.
사람에게 죽음을 요구하는 세상, 세상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들 마다 저마다 참 이유도 다양하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학업과 스트레스 끝에 죽음을 택하는 사람 등등.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의 사연에는 반전들이 숨어있다. 단편적으로 사연을 듣고 후에 죽음직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남는다. ‘굳이 그런 이유로 죽음까지 택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 나간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습관적으로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만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고, 나를 괴롭히는 것들과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 건지 한스럽기까지 할 때가 어디 한 두 번일까. 각각의 사연이 있는 주인공들에게 던지는 자살에 대한 질문의 끝에는 결국 나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 극이 끝나고 마지막에 나 자신에게 한번 질문을 던져 보자. 죽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끝끝내 살아가고 있는 나는 정말 죽고 싶은 걸까. 내가 힘든 일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질까.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죽음이 웃긴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남의 자살 소식에 깔깔 웃는다는 것도 어찌 보면 참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어이없는 실소를 유도해 낸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시작으로 결국에는 큰 웃음으로 끝이 난다. 이런 불순한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배우들이 가장 큰 몫을 한다. 자신만의 신념이 가득 찬 박사와 그런 박사를 믿고 따르는 괴기스런 여 조수. 이 둘의 조합은 재잘 재잘 떠들어 대면서 자잘한 웃음들을 계속 이끌어낸다. 관객석으로 난입해 사람을 끌어 들이질 않나, 집중하는 관객에게 자꾸 잡담을 유도하질 않나. 이 사람 정말 이 연극 배우가 맞는 걸까 싶은 그런 행동들이 이 연극의 가장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 웃어 볼 만한 이야기
이 연극에서 훈훈하고, 흐뭇한 웃음은 없다. 빵빵 터지는 함박웃음과 어이없는 실소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냥인 그런 연극은 아니다. 분명 이런 소재를 선택해서 연극(물론 극단에서 죽음을 소재로 하는 연극을 이미 만들었고 그 뒤에 이 뮤지컬을 제작했다.)이 아니라 뮤지컬을 선택해서 다시 만들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두 배우가 던지는 소소한 농담이나, 연극 중에 하는 행동들에도 이유가 있고 관객들에게 이 연극은 한 번 사는 인생에 대한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사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많지 않은, 웃어보는 시간을 준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 까 싶다.
사진 황민정, 극단 틈
글 황민정 (대티 대학생 기자단, mjh19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