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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당신이 이 연극을 찾아 가야하는 세 가지 이유. 연극 <해마>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2-06-07 조회수 10257


열린 연극을 찾아가는 길

언제나 대학로에 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일에 쫓겨서 오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여유를 찾고, 또 연극, 뮤지컬을 통해 소소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오기 때문이다. 대학로를 일터로 삼은 이가 아니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의 경계가 분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순수예술은 고급스럽고 어려운 예술이라 여기며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화려한 뮤지컬이 상업예술이라면 정적이고 진지한, 연극은 순수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버리고 말았다. 사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이 처음부터 그 뿌리를 달리 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라 각자가 예술이라는 뿌리를 두고 시작된 것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등을 지고 돌아서 버린 것이 대학로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씁쓸하기만 했다.




무대가 관객을 부르는 방법

그렇다고 해서 흥미가 없다며 돌아선 사람들을 보며 마냥 쓸쓸해 할 수만은 없다. 애초의 무대 예술 안에는 무대와 관객이 존재하기에, 관객이 없다면 그 무대 예술의 경계가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람하고 온 해마는 그런 부분에서 관객과 연극 간의 경계를 허물고자 굉장히 노력한 작품이다.

 

첫 번째로, 연극 해마의 티켓 값은 1만원으로 시간과 날짜, 객석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이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서 연극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기획된 가격이이다.

 

두 번째로, 연극 <해마>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재미있게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 배우가 등장한 그 순간부터 흥미로운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져주면서 그 재미를 더해간다. 이 이야기에는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진 두 남자는 서로를 자네와 어르신이라 부르며 기억의 자취를 더듬어간다. 관객은 이들이 처음 이 들이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과 똑같이 시작을 한다. 극이 진행되면서 알 수 있는 정보들로 관객들도 그들이 사고 이전에 어떤 관계였는지 유추를 해가면서 사람관의 관계, 기억이 가진 일방성, 아버지의 사랑등 다양한 키워드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해마의 극장을 찾아가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낄 배우들의 연극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친다. 이 연극은 두 남자가 연극을 진행하기 때문에 갑, 을을 따질 필요 없이 두 배우 모두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극이 상연되는 기간 동안 총 4팀의 커플 배우가 있으며 매 연극마다 또 다른 자네와 어르신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연극이 상연되고 있는 극장은 사실 그렇게 큰 현판이 걸려있지도 않고 화려한 티켓 박스가 있지도 않다. 극장안내 지도를 보고 따라가다 보면 도로변에 있는 작은 극장입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에는 꽃 장식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계단 벽면에는 꽂 장식과 함께 관객들이 써놓은 포스트잇이 한 가득이었다. 각각 다른 4팀의 배우 들도 사진액자로 걸려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괜히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만큼이나 관객과 배우들이 이야기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극장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무대에서 삶으로 돌아오기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재성이라는 연극의 특징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라면 이 연극은 아마 많은 수작들 중 하나로 언급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두 남자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쳤고, 이야기는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두 남자는 가족들의 곁을 떠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방황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을 쭉 보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사진 황민정 (대티 대학생 기자단, mjh19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