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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년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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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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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년이 그랬다>
경기상업고등학교 2학년 진혜리
<소년이 그랬다>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연극이다. 이 연극이 청소년연극이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과연 어른들이 지금의 청소년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른들도 청소년기를 겪었지만, 우리가 흔히 들 말하는 ‘요즘’ 청소년들과는 다른 청소년기를 겪었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몇 명의 청소년과 함께 언어도 맞추어 보고 은어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진짜 청소년인 나는 그것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됐다. 선생님께서 이 연극을 보기 전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꾸며진 만큼 청소년이 이 연극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은 내가 주인공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나에게 연극은(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그러하겠지만) 자주 접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익숙하지도 않아서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위한 연극이고 나의 의견이 그 누구의 의견보다 중요하다고 한다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인 모습은 무언가 위태위태하고 건드리면 삐걱거릴 것만 같은 공사장의 모습이었다. 이 위태로운 공사장의 모습은 어른이 되기 전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청소년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청소년을 이렇게도 비유할 수 있구나 하는 것에 감탄했다.
“그날도 우린 별 이유 없이 어슬렁거렸고, 심심하면 이유를 만들어 뛰기도 했다. 그냥 그랬을 뿐이었다.”
대사가 울리고 연극은 시작되었다. 처음 1분 동안은 배우 둘이서 극장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이 연출 되었다. 미완성된 공사장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그 안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하는 배우는 2명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은 총 4명으로, 한 명이 청소년과 경찰의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이것은 드라마나 영화와 차별되는 연극만의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다. 겉옷의 지퍼를 내리면 경찰이 되고, 올리면 학생이 되는 단순한 방식으로 눈앞에서 목소리와 눈빛이 휙휙 바뀌는 것이 연극을 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이 연극을 보고 놀랐던 것은 단순히 청소년의 모습을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모습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세밀한 감정도 표현했다는 것이다.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겁이나 하기 싫어서 서로 은근히 미루는 장면에서 나와 같은 청소년과 너무도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진심으로 반성해서 개과천선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요즘 청소년들이 생각할 법한 ‘나 벌 안 받을 수 있는 건가?’라고 말하는 모습에 청소년을 그대로 담아내려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연극을 넘어서 정말로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조금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만15세 미만의 청소년범죄에 대해서 유죄냐 무죄냐에 대해서 경찰 두 명이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이 연극에서 묻고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닌데 그 논쟁이 너무 강하고 인상 깊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만15세 미만 청소년 범죄의 유죄냐 무죄냐의 논쟁이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의 처벌기준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논쟁을 가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이 끝나고 연출자와 배우가 관객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출자가 관객에게 소감을 묻고 관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아,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나도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연극 소감을 말했는데 연극에 ‘연’자도 제대로 모르는 고등학생인 나에게 많은 관객과 연출자께서 관심을 갖고 들어주어서 너무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이렇게 연극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나누고 깊은 의미를 파헤쳐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관객이 말씀했던 것처럼 교훈이나 의미, 이런 것들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극을 보고 연극과 청소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연극을 아주 재미있게 즐겼다.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연극이 나와 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꾸며지니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 연극을 기초로 앞으로 대한민국에 더 많은 청소년연극이 생겨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