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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써니의 신인류발견보고서] 첫번째. 배우 권동호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5-03 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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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시대다.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이 시대는 ‘힐링’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냈고, ‘나 혼자 산다’라는 신생 TV프로그램의 등장은 1인 가구 이야기로도 ‘대중’의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복덕가아든>은 80년대, 탄광촌이라는 낯선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우리와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작품은 아니다.

  언제든지 쫓겨나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 없이 그저 함께 지낼 사람과 공간이 필요한 최 씨, 모든 것을 다 가진 듯이 보이지만 막연한 불안으로 가득 차 매일 아내만 찾아다니는 사장 아들 주임,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누구와도 속 편히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 은별 등. 결코 대단한 걸 바라는 것이 아닌 이들을 보며 ‘외로움’과 ‘희망’이라는 게 뭔지,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복덕가아든>의 또 한 명의 ‘외로운 이’, 
덕삼役의 배우 ‘권동호’를 만나고 왔다.



신인류 이름 : 권동호 Kwon Dong Ho

신인류 직업 : 배우

보고 일시 : 2013년 4월 26일

보고 장소 : 키작은 소나무극장 <복덕가아든> 공연장




인터뷰를 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관객석 옆, 권동호 배우다. 

무대 위에서는 아주 특별해 보이는 배우지만, 

무대 밖에서 보니 평범한 청년이다. 

가만, 목소리도 남자답고 멋지다. 

순박하기만 한 바보 덕삼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더욱 궁금해졌다.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권동호’입니다. '창작집단 LAS'에 소속되어있고, 현재 <복덕가아든>에서 '덕삼'역을 맡고 있습니다. 

 연극 <복덕가아든>은 어떤 작품인가요?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번안해서 한국적으로 바꾼 작품입니다. '영복'과 '덕삼'이라는 고아출신인 두 친구가 일자리를 구하러 탄광촌에 들어오게 되고, 그 둘의 꿈인 '복덕가아든'이라는 가게를 차리는 일이 실현되려다가 좌절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가운데 탄광촌 사람들의 외로움을 담은 작품입니다. 

 소속되어 계신 '창작집단LAS'는 신예극단인데도 불구하고, 지원사업에서 선정되거나 수상하는 등 꾸준히 호평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극단이에요? 
 창작집단LAS는 2009년 9월에 창단되었고요, 비슷한 나이또래의 연극인들이 모여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나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창작하고, 관객 분들께 보여드리는 극단입니다. 20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ㅡ지금은 30대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웃음)ㅡ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새로움과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에너지 있는' 극단이에요. 또 한 가지 자랑할 게 있다면, 전작 <서울사람들>은 박원순 서울시장님도 관람하셨는데요. 저희 작품이 인상 깊으셨는지 직접 '시정일기'에 추천 글도 올려주시고, 작년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도 2분이 안 되는 축사에서 서울 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하시면서 <서울 사람들>을 언급해주셨어요.







<복덕가아든>을 보고나서, 작품 외적으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와, 권동호 배우 진짜 힘들겠다!’였다. 
부러 어설프게 흘려보내야하는 말투, 삐딱한 입모양, 
시종 부산스러운 손 제스처와 시선... 단 한 장면도 쉬워 보이지 않는, 
정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연기였다. 
권동호 배우로 인해 <복덕가아든>이 좀 더 특별해졌다. 
그와 <복덕가아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단원이 매번 극단 작품을 하는 건 아니죠? 어떻게 <복덕가아든>을 하게 되셨나요?
 사실 학교 다닐 때 <복덕가아든>의 원작인 <생쥐와 인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캐릭터 이름이 ‘레니’이었는데, 연기를 해오면서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저희 극단의 연출 중 두 명이 새로 데뷔를 하는 차원으로 극단에서 프로그램을 하는데, <생쥐와 인간>을 번안해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연출님께 저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연출님도 저랑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건 절대 디스(dis)가 아닌데요, 프로필 사진 보니까 지금보다 좀 슬림하시더라고요. 덕삼 캐릭터를 위해 외모적으로 뭔가... 준비를 하신건지. (웃음)
 네네 살을 찌웠어요. 10kg 정도. 준비랄 건 없는 게, 빼는 거에 비하면 찌는 건 쉬우니까요(웃음). 이거(<복덕가아든>) 끝나고 또 살 빼야 돼요... 다음 작품 때문에요.


 덕삼이는 일반인과는 좀 다른 특별한 캐릭터잖아요. 덕삼이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신 점이나,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네. 덕삼이는 지적장애인이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덕삼’이는 한 번 해봤던 캐릭터라서 처음에는 좀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었거든요. 근데 준비 중반단계에서 한 번 너무 힘들었던 게, 제가 너무 ‘바보인 척’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관객들이 절 보고 웃고 귀여워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덕삼이에게는 그런 단편적인 반응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사람들의 사연이 얽힌 ‘탄광촌’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캐릭터여야하고, 어떤 것에 좋아하고 슬퍼하는지, 왜 그러는지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들을 대해서 그동안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다는 게 충격이었죠. 그 이후로 덕삼이를 지적장애 중등도로 설정하고 제스처나 사고방식들을 세세하게 준비했어요.

 하루는, 실제 지적장애인 분들이 와서 공연을 보신 거예요. 그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분들한테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저분들을 내가 너무 희화화하고 있지는 않나? 관객들이 덕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덕삼이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덕삼이의 꿈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할텐데’ 하고요. 자칫하면 단순히 희화화되고, TV 예능프로그램에나 나오는 바보캐릭터가 될까봐 다시 한 번 조심하고, 고민하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중등도’라고 말씀하시는 것 보니까, 의학적으로 장애 증상이 단계별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중등도’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지적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감정 표현이 드러나는 점에서 극과 극이에요. 어떤 사람은 감정이 전혀 짐작 안 되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나도 쉽게 읽히는 사람도 있고 그렇대요. 덕삼이는 어떤 상태인지, 그걸 제가 결정해야 했어요. 초반에는 덕삼이의 지금 감정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티가 안 나게 연기를 하다가, 연출님께서 지금의 연기로는 관객들이 덕삼이의 마음과 바라는 점을 잘 모를 것 같다고 하셔서 상의 끝에 바꿔봤어요. 그래서 지금의 덕삼이는 좋고 싫은 표현도 많이 하고, 좀 더 솔직하고 순수하고 귀여워졌죠.


 
영복이와 덕삼이에게 ‘복덕가아든’은 애초부터 허황된 꿈이었을까요?  
 영복이와 덕삼이는 매일 복덕가아든이라는 꿈을 그리지만, 사실 영복이는 처음에는 복덕가아든에 대해 회의적이었을 것 같아요. 될까? ‘덕삼이’랑 같이? 우리가? 이 밑바닥에서부터? 이런 막연한 의문들이죠. 그런데 중간에 최씨 아저씨가 합류하면서 그 꿈이 현실적으로 구체화 되는 순간이 있어요. 세 명 다 그 순간에 ‘가능하다’는 기대를 하고, 진심으로 기뻐하는데, 덕삼이의 실수로 무너지는 거죠. 꿈이 무너진 이유가 ‘덕삼’이의 ‘어쩔 수 없는’ 캐릭터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닌 것 같아요. 




학교 인맥이 아닌 곳에서 더 경험을 쌓고 싶었던 그가 
결국은 학교 사람들로 구성된 극단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는 ‘작품성’이었다. 
이 대목에서 그의 눈은 실로 반짝였다. 
작품, 연기, 연극을 대하는 그의 자세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 하면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어요. 그런데 연극반 들어간 게 ‘최고의 배우가 되겠어!’ 뭐 이런 비장한 목적이 아니라, 그냥 친구 만들려고 들어간 거거든요. 친구가 많이 없었어가지고(웃음). 제가 중학교 말에 서울로 전학을 와서, 친구를 다 새로 사귀어야했거든요. 근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동아리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남는 동아리가 연극반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많이들 하는 말이지만,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하잖아요. 처음에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쳐주는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걸 (앞으로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고, 그때부터 연기를 진지하게, 열심히 하게 됐죠. 


  롤모델로 삼는 배우나, 닮고 싶은 연기 스타일이 있나요?
 딱히 정해둔 롤모델은 없는데, 닮고 싶은 연기 스타일은 늘 있어요. 그런데 그게 항상 바뀌어요. 제가 연기하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고쳐야 할 부분들이 계속 바뀌니까, 다른 배우 분들한테서 보고 배우는 점도 바뀌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움직임, 신체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고, 외모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고, 대사도 그렇고... 그때마다 여러 배우들에게서 저보다 나은 부분들을 찾아내고, 배우려고 해요.





  연기가 잘 안 풀리고,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극복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냥 힘들어하고, 계속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분명 풀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에요. 





 
차기작 계획 있으세요?

 8월에 <호랑이를 부탁해!>라는 극단 작품에 들어가요. 일전에 일주일정도 했던 작품인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앵콜공연이 결정됐어요. <호랑이를 부탁해!>는 <복덕가아든>이랑 좀 다른 연극이에요. 장르가 로맨틱코미디이거든요. 처음에는 조폭말단에, 조폭 형님한테 혼나고, 방세 때문에 집주인 아주머니한테도 혼나고, 찌질하고, 모든 일이 안 풀리는 남자가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을 계기로 아주 멋진 남자로 변하는 내용의 작품이에요. 저는 남자주인공이고요, 그래서 제가 살을 쫙 빼야 돼요(웃음).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으세요?

  연극을 하다보면 매회 저의 100%를 보여드릴 순 없잖아요. 어느 날은 저의 120%를 보여준 적도 있고, 어떤 때는 3, 40%밖에 못 보여드릴 때도 있고. 그게 전 관객 분들께 너무 죄송해요.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극단 대표님한테 이런 고민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항상 100%를 할 수 있겠니. 그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네 임무지", 이렇게 대답하시더라고요. 대표님 말씀처럼, 제가 해야 할 건,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연기를 하는 거예요. 최대한 100%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마지막인사
 저희 <복덕가아든>을 보러 와주신 관객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이 인터뷰가 나갈 때쯤엔 공연이 끝나있겠네요(웃음). 그래도 저희 창작집단LAS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관객 분들을 위해 창작하는 극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니 권동호 배우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멋쩍게 웃으며 극단 소개하는 부분을 다시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자신은 어떻게 비춰져도 상관없지만 극단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인터뷰 내내 드러났던 극단에 대한 애정이 보다 진실 되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영복을 아끼고 생각해주는 덕삼처럼, 


배우 권동호, 그리고 그가 아끼는 창작집단LAS의 
앞으로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써니의新인류발견보고서
인터뷰/글_박영선, 촬영_이다영
협조_창작집단 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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