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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새미의 신인류발견보고서] 03.<영호와 리차드> 배우 이지현
  • 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 2013-04-04 11: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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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슬슬 스며져 오는 햇살을 맞이할 때면, 
겨울이 다 지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봄이 온 걸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늘 하루도 사람들은 하늘 한번 쳐다보지 않고 네모 모양의 화면만, 
종이만 쳐다보고 있을지 모른다. 
햇살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삶 속에 갇혀 
고독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이번 달 신인류의 연극<영호와 리차드>는 슬프지만 기쁜, 
기쁘지만 슬픈 인생이었다. 
고도비만인 리차드와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는 영호. 
이 두 주인공의 말도 안 되는 만남은 쓸쓸한 인생들의 조우였다. 
이 밖의 사랑받지만 외로운 연희와 정란,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가장 행복했던 생일파티에서 기억이 멈춘 치매노인 순분. 
이 다섯 사람은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 소통과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이 다 괜찮은 듯 그렇게 살고 있는 연극<영호와 리차드>의 
사람들은 어쩌면 그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이었을지 모른다.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고독은 마치 삶 속에 작은 흔들림처럼 보였지만 
분명 커다란 폭풍처럼 가슴 한 구석 몰아치고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모든 것을 잊어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떠 안은 듯 보이는 오순분 할머니 역할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는
배우 이지현을 소개하고자 한다.



신인류 이름 : 이지현 Lee Ji Hyun

신인류 직업 : 배우

보고 일시 : 2013년 3월 14일

보고 장소 :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영호와 리차드> 공연장




공연시작 2시간 전. 바쁘게 돌아가는 대기실. 모든 연극 대기실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무대를 준비하는 스텝들은 단 하나의 소품이라도 오늘의 무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들은 마음을 다잡는다. 

그 와중에 여기 단정히 머리를 빗어 넘기고 할머니로 변할 준비를 한 여배우 한명이 있다. 

오늘 하루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우리네 인생이 부디 관객의 마음과 맞닿아 있기를 소망하는 바람과 연기 할 수 있는

순간에 감사함을 읊조리는 그녀와 만나러 간다.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지현입니다. 극단 마방진 소속에 있구요. 현재 대학로 아르코소극장에서 영호와 리차드를 하고 있습니다. 극중 역할이름은 오순분입니다. 반갑습니다. 

 연극<영호와 리차드>이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이 작품은 2010년에 낭독회를 먼저 했었는데 그때는 함께하지 못했고. 극단에 들어오고, 이번에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게 되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극단에 늦게 들어오셨는데 같은 극단 팀원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제가 극단에서 기수로 막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확실히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편해진 것 같아요. 연극<영호와 리차드>에 배우가 5명이니까. 많지 않은 인원이라 더 알콩 달콩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배울 점도 정말 많아요. 극단 마방진에 공연을 보고 너무 작품이 좋아서 극단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또 내가 좋아했던 작품 속 배우님들이랑 하니까 정말 좋죠. 그냥 다 좋았어요. 좋아요. :) 


 연극<영호와 리차드>속에서 치매에 걸린 70대 노인 ‘오순분’역할을 맡으셨는데 이번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아. 오순분. 할머니도 부담스러운데 게다가 치매까지 걸린 완전 할머니. 처음에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연출님께 “보이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했더니 그냥 제 목소리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어중간하게 할머니처럼 흉내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겠다고. 저도 그 생각에 동의 했어요. 또, 오순분이 걸린 치매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잡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 어려웠는데 막상 무대에서 해보니까 재미있고 이번에 연기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이게 다 공부가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안 되는 게 많아서 내가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닐까싶어 스스로를 질타했거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어요. 순분이 역할이 애착도 많이 가고 정말 좋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오순분의 모습을 보고 과연 해피앤딩일까, 새드엔딩일까 궁금해지는데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많은 분들의 생각이 다 다르더라구요. 제 입장에서는 결론은 어느 하나로 잡아 놓지 않고 있어요. 폴짝 뛰는 건, 제 스스로 어떤 장애 또는 한계를 가볍게 넘어간다는 표현이었어요. 오순분이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냥 가볍게 뛰어 넘어가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그래도 결론에 대한 생각은 열어두어야 할 것 같아요. 삶이라는 게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경계가 모호하니까.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지현 배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갔다. 별달리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어쩜 저렇게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지현 배우와 이야기를 나눈 거라고는 지금 하는 연극<영호와 리차드>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는데, 이야기가 하나 둘씩 늘어갈수록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는 배우를 보면서 지금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연극을 만나기 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졌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어렸을 때 무용을 전공 했었어요. 처음에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꿈을 키우면서 무용전공을 살리며 활동하던 시기에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그때 해외에서 연극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되었거든요. 저는 늘 몸으로 표현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연극은 말로 전하는 이야기잖아요. 말이 전달해 주는 충격은 이로 말할 수 없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때 마침 연극<코뿔소>의 오디션이 있었는데, 운명같이 붙어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연극 <코뿔소>는 해외 연출가와 함께 일을 하는 작업이라서 많이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게 많았고, 늘 퍼포먼스가 중시되었던 제게 그 작품은 연기의 맛을 알게 해주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연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공연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온전히 연기라는 것에 매료되었어요. 아직도 해외에서 봤던 그 공연에 가슴이 두근거리던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번에 작품하신 연극<영호와 리차드>도 그렇고 터닝 포인트인 연극<코뿔소>도 인간 본연의 소통과 고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삶의 허무함이나 고독에 대해서 그리는 작품을 많이 공연하셨던 것 같은데 ‘삶’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인생이 연극’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늘 사람의 삶 속에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 고독이 아닐까요. 이번 연극<영호와 리차드>도 소통의 부재를 다루는 작품인데요. 언제나 그런 부분이 삶에 존재하지만 어둡고 쓸쓸하게 그려내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표현해 내는 작품이에요. 기쁨도 있고, 고독도 있고 그렇게 연극 자체에서 그려지는 모습이 그대로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혹시 지금까지 했던 여러 작품들 중에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나요?
  저는 <코뿔소>에 데이지 역할이랑 <보고싶습니다>에 지순이 역할이요. <코뿔소>는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된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애착이 가요. 그리고 <보고싶습니다>에서 지순이는 장님 역할이었거든요. 그 공연은 하면서 내내 뭔가 제가 따뜻해지고, 가슴이 뭉클해 졌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가슴에 남겨진 한줄 대사가 있으신가요?
  <보고싶습니다>에서 지순이 아빠가 지순이에게 하는 대사가 있어요. “하나를 잃는 대신에 다른 하나를 얻는다“ 그 대사가 참 많이 남아요. 다른 대사는 생각이 안 나는데 그 대사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세상의 진리고 이치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죠. 힘들 때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시 잡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지금 이 순간, 무대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이지현 배우. 
그녀는 마치 열렬한 짝사랑으로 열병을 앓는 소녀와 같았다. 
연신 좋다는 표현으로 연기 생활을 대변하는 그녀의 무한 짝사랑은 
쌓여가는 필모그래피만큼 점점 완전한 사랑을 만들어 가는 듯 느껴졌다. 
앞으로의 연기가 더욱 더 기대되는 그녀. 
그녀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일지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지금 하시는 일에 만족감을 많이 느끼시나요?
  음. 사실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은 늘 있어요. 그래서 그런 힘든 일을 딱 마주하게 되면 만족감이 떨어 질 때도 있죠. 그래도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좋다’라는 거예요. 지겹지도 않고, 늘 해도 해도 재밌고, 하고 싶고, 안하면 정말 슬프고 그래요. 

 정말 연기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혹시 배우로서의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배우로서의 한계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여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못하는 배역들이 생길 수가 있잖아요.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순리고, 저도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배역이 반대로 늘어나는 거니까 담담하게 받아드리고 있어요.



 연기가 아니라 퍼포먼스 분야에서 활동하신 경력이 있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배우님의 연기생활이 더욱더 궁금해지네요. 무용을 배운 배우님의 시각은 다른 배우들이랑 조금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요?
  음. 시각이 다른 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별로 차이를 못 느끼고 있어요. 다만 저는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하기 힘든 행동들을 좀 편하게 표현해 내는 것 같아요. 좀 이상한 것들이나, 추상적인 감정들도 몸을 써서 표현하던 시절이 있어서 쉽게 몸짓이든 말이든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나를 찾아가는 일."
계속 연기를 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거죠. 언젠가는 나를 찾게 되면 다른 의미로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 배우라는 건 무궁무진한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관객과 내가 같은 시간, 같은 순간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나눈다는 느낌 속에서 계속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지현 배우님의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작품으로 만나더라도, 만나면 너무 좋죠. 무대를 설수 있다는 거 자체에 감사하니까 또 이렇게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면 그자체로 기쁠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오늘도 이 무대에서 설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늘 기도를 하고 오르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환한 모습으로 연기에 대한 기쁨을 반복해서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나도 궁금해 졌다.
정적인 역할을 맡았던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에 대한 기쁨. 
그리고 기쁨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연기하는 그녀. 
이런 긍정의 힘을 가진 배우 이지현의 연기는 관객에게 
더 큰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다. 

힘이 든 사람들은 모두 모여 함께 힐링을 하러 가자. 
그녀의 무대로.

새미의新인류발견보고서
인터뷰/글_새미 촬영_박영선
협조_코르코르디움, 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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