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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_잡초의 공연 잡식] 08. 극단 청우 <싸움꾼들>
최고 관리자
2013-01-24 15:30:27

[출처]2010 창작팩토리 우수작품제작지원 공연자료집
이번 프리뷰는 ‘창작팩토리’의 한 작품이다. 창작팩토리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공연예술 창작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예술활동의 활성화를 추구하고자 2008년부터 시작된 지원사업으로, 제작의 전 과정이 경쟁을 통한 단계별 지원으로 이뤄진다. 역대 선정작을 보고 있자니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창작팩토리가 더 치열한 창작과 가열한 경쟁 속에서 완성도 깊은 작품들로 나날이 발전하여, 창작팩토리라면 망설임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길 바란다.
퀵 27호 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은 김민정 작, 김광보 연출의 <싸움꾼들>은 2012 창작팩토리 시범공연과 연극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선정됐다. 2012년에 많은 연극상을 휩쓴 김광보 연출(극단 청우)이라니 창작극이 더 큰 탄력으로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더불어 많은 훌륭한 연출가들이 창작극이나 소규모 연극 작업에 적극 동참하여 “요즘 연극계 힘들다, 어렵다”등의 말들이 제발 기사화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 그렇다고 절대 그것이 문제이거나 해결책이라는 의견은 아니니 오해하시지 않으셨으면…
[제공] 코르코르디움
서론이 길었다. <싸움꾼들>은 인격을 상실한 현대인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려 한 작품으로, 자신의 조작된 이야기와 진실의 기억 사이에서 헤매는 퀵 27호 청년의 모습은 각박한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생존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연소개에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중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어쩌면 세상, 인간, 삶… 이 모든 것이 부조리의 연결고리 속에서 그저 그 부조리에 익숙한 채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부조리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희망과 삶 그리고 행복을 말하지만, 그것 또한 부조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부조리는 현실이며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그런데 우린 부조리의 한복판에 살면서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만약 부조리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부조리를 외면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생을 마감할 것인가”
-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중에서
퀵 배달 청년 27호는 오더를 받고 끊임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지만 퀵을 부른 사람은 찾을 수 없고 환영과 허상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 그의 이야기와 그의 현실을 분별하지 못한 채 27호는 자신의 무대 위에서 싸우게 된다. 그의 마지막 무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창작팩토리 <싸움꾼들>의 김민정 작가는 지난 공연잡식에서 소개했던 <브루스니까 숲>을 집필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 외에는 <다녀왔습니다>, <달의 기억력>, <바다거북의 꿈>, <등화관제> 등의 작품이 있다.
극단 청우의 대표이기도 한 김광보 연출의 대표작은 너무 많아서 뭘 꼽아야 할지…
그 중 필자가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인류 최초의 키스>, <수수께끼 변주곡>, <발자국안에서>, <천년전쟁>, <루시드드림>, <주인이 오셨다> 정도다. 그 외의 대표 작품들은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못 봤다. 이번에는
끝나고 후회하지 말고 꼭 봐야겠다. 2012년에는 <그게
아닌데>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춥다고 웅크려서 어깨 딱딱하게 결려있지 말고 싸움과 관련된 사람,
또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 모두 모여 멋진 싸움 한 판으로
연극은 언제나 생생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면 속이 시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