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역사엔 과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영웅도 결국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영웅이 되었을 때 삶에 있었던 과오는 영웅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민중들에 의해 정당함을 부여받는다. 정당함의 당위성 따윈 중요한 게 아니다. 민중들에게 있어 영웅은 자신의 역사에 과오가 없는 존재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있어왔던 수많은 영웅들은 이러한 존재들이었다. 역사엔 진실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영웅의 성역에 들어가 과오를 들춘다는 건 민중들을 매우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공격 받을 위험을 갖고 있다. 영웅이란 성역은 역사적 진실이란 창으론 뚫기 힘든 방패인 것이다.

이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시 되어왔던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였다. 국가 간의 계속된 약육강식의 전쟁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같은 민족이란 이름으로 뭉쳤다. 이러한 이유로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과, 대의를 위한 희생이 당연시 되어왔던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냉전시대도 끝났고 국가 간의 경계도 사라져 가고 있다. 민족주의의 세상에서 인본주의의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더 이상 대의를 위한 희생은 당연시 될 수 없으며, 소수의 영웅이 이끌어 가던 시대가 아닌 모두가 이끌어 가는 시대이다. 개인 각자 모두가 영웅인 시대인 것이다. 영웅의 삶과 일반인의 삶의 값어치는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인 지금의 관점에서 지나온 역사의 아이러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